저녁 8시, 생선회 가격표가 다시 붙는다 대형마트 수산 코너에 저녁이 오면 가격표가 한 번 더 붙습니다. 소비기한이 그날까지인 생선회에 최대 40% 할인 스티커가 올라갑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시간대를 노리는 소비가 한 해 사이 뚜렷하게 늘었습니다. 마트에서 시작된 흐름은 편의점을 지나 배달 앱까지 넘어갔습니다.
롯데마트·슈퍼의 마감 할인 상품 매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습니다. 2분기에는 7.7%, 7~8월인 3분기에는 6.1% 증가하며 세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편의점 쪽 기울기는 더 급합니다. GS25의 마감 할인 상품 매출은 지난해 한 해 전년 대비 134%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습니다. 마감 할인은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녁 시간부터 영업 종료 때까지 값을 낮춰 파는 방식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머물던 수요는 배달 플랫폼으로 옮겨갔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6월 자원순환의 일환으로 마감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서비스 도입 2개월 전과 비교해 마감 할인 주문 건수가 11.7% 늘었습니다. 요기요의 마감 할인 주문 건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서비스 도입 초기보다 35% 증가했습니다. 집에서 앱을 켜도 마감 시간 가격을 만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품목은 분명합니다. 별도 조리 없이 바로 한 끼가 되는 즉석 먹거리입니다. 이마트에서 올해 마감 할인 품목 1위는 생선회로,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70%에 육박했습니다. 2분기 기준 델리 요리류는 9%, 튀김류는 8% 늘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샌드위치·김밥처럼 소비기한이 짧은 프레시푸드가 중심입니다. GS25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마감 할인 상품은 도시락이었고, 햄버거·샌드위치와 김밥이 뒤를 이었습니다.
배경에는 길어진 고물가가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본 기준에서 120.05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습니다.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3.2% 상승했습니다.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비중은 14.8%로, 음식·숙박(16.1%)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금액으로는 가구당 월평균 43만 4000원,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습니다.
이 소비에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마트 관계자는 "점포마다 마감 할인 대상 품목과 할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상품을 정해두고 찾기보다는 매장을 방문한 뒤 할인 중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형태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저녁 식사류와 야식류, 안주류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정상 상품보다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가격 측면의 이점이 있는 만큼, 쇼핑 시 마감 할인 상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매장에 가야만 알 수 있던 정보가 앱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CU는 점주가 앱에 마감 할인 상품을 등록하면 고객이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며, 앞으로 마감 할인 카테고리의 사용자 환경을 바꿔 편의성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GS25는 소비기한이 3시간 이하로 남은 프레시푸드를 앱에 자동 등록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대상 품목을 넓힐 예정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입점 파트너의 재고 관리와 추가 매출 기회를 위해 상품 종류를 늘리도록 홍보·마케팅을 강화합니다. 저녁 8시에 다시 붙는 가격표를, 이제는 집에서 앱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