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트랩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유수한 금융기관들과 금융 조건을 협의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9일 내놓은 설명입니다. 이 말이 나온 배경에는 영국 고등법원 판결 하나가 있습니다. 벨기에 오피스 빌딩에서 나오는 연간 2,000만 유로 이상의 배당수입이, 한국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현지에 묶여 있습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9일, 벨기에 현지법인 GVBF가 낸 소송에서 영국 고등법원이 상대측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 쟁점은 감정평가액이었습니다. 부동산 서비스회사 JLL이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에 매긴 감정평가액 9억 2,000만 유로가 대출 약정상 유효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입니다. 이 숫자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벨기에에서 발생하는 배당수입은 현지 담보대출 상환에 우선 투입되는 상태가 당분간 이어지게 됐습니다. 회사가 다투려 했던 것은 건물의 시장 가치 자체가 아니라, 그 평가액이 대출 계약상 효력을 갖는지였습니다.
이번 소송은 자산을 소유한 벨기에 현지법인 GVBF가 원고, 대주단 대리금융기관인 CBRE LS가 피고였습니다. 즉 건물을 사들일 때 돈을 빌려준 쪽과, 그 돈을 빌린 쪽의 다툼입니다. 감정평가액은 대출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과 직결됩니다. 평가액이 특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에 미리 정해둔 장치가 작동합니다. 그래서 GVBF는 JLL의 평가가 대출 약정상 유효한 평가로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고등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작동한 장치가 캐시트랩, 우리말로 현금유보입니다. 계약에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현지 법인이 벌어들인 배당금을 본국으로 보내지 못하고, 현지 담보대출을 갚는 데 먼저 쓰도록 묶어두는 구조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그 조건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담보인정비율(LTV) 초과였습니다. 감정평가액은 이 비율의 분모에 해당합니다. 평가액이 낮게 유지되면 같은 대출 잔액이라도 비율은 높아집니다. 회사가 평가액의 효력을 다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결로 평가액이 유지되면서, 연간 2,000만 유로 이상의 배당수입은 계속 현지 대출 상환에 먼저 들어갑니다.
판결문에는 회사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도 담겼습니다. 법원은 JLL의 감정평가가 현금흐름할인법 교차검증 누락 등의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금흐름할인법은 건물이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자산 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법원은 이 방식으로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빠졌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대주단이 캐시트랩 발생을 예상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감정평가사에게 부당한 지시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평가 방법에 문제를 제기할 여지는 있으나, 대출 약정상 효력은 별개라는 결론입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이번 판결과 별개로 회사가 현재 벨기에 건물관리청과 임대차기간을 장기간 추가 연장하는 구체적인 협의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차인과의 계약 기간이 길어지면 건물이 앞으로 확보할 임대수입의 기간도 늘어납니다. 동시에 회사는 "캐시트랩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유수한 금융기관들과 금융 조건을 협의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협의는 진행 단계이며, 결과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은 감정평가액의 효력 하나입니다. 캐시트랩이 언제 풀릴지는 판결이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벨기에 건물관리청과의 임대차 연장 협의 결과, 그리고 금융기관과의 금융 조건 재협의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두 협의는 모두 진행 중이며, 회사 발표 기준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습니다. 따라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임대차 연장이 실제 계약으로 체결되는지, 그리고 대출 조건이 실제로 바뀌는지입니다. 자세한 진행 상황은 제이알투자운용과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공시 및 발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간 2,000만 유로 이상이 벨기에에 머무는 상태는, 그 두 가지가 확정될 때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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