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둔 빅파마 입장에서 혁신 기술을 갖췄지만 신약 개발 경험·자금이 부족한 국내 기업은 매력적인 협력 대상입니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사업단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연매출 10억 달러가 넘는 대형 의약품의 특허가 하나둘 풀리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다음 파이프라인을 밖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 시선이 지금 한국에 와 있습니다.
김 단장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은 약 3,000개입니다. 미국이 약 1만 1,000개, 중국이 약 6,000개로 앞서 있고 한국은 그 뒤를 잇는 글로벌 3위 수준입니다. 미국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규모지만, 국가 단위로는 세 번째로 많은 후보 물질을 쌓아둔 셈입니다. 문제는 개발 경험과 자금입니다. 물질은 많은데 끝까지 밀고 갈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협력 구조의 출발점입니다.
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사업단은 2021년 암젠을 시작으로 노보노디스크, 미국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국내 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왔습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협력 과정을 하나의 틀로 만든 'K바이오파마 넥스트 브리지' 사업도 출범했습니다. 변화는 행사 규모에서 드러납니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위크' 첫 개최 당시 참여한 글로벌 제약사 등 선도 기업은 4개에 불과했습니다. 올해는 23개로 늘었습니다. 올해 행사는 이달 9~11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립니다.
파트너링 미팅은 기업과 제약사가 일대일로 마주 앉아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지난해 행사에서는 102개 국내 기업이 총 162건의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사전 접수된 파트너링 신청만 총 698건에 달합니다. 지난해 실제 진행 건수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요입니다. 신청 단계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만나고 싶어 하는 쪽이 늘었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김 단장은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관심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뢰할 만한 국내 기업을 직접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진흥원이 기존에 연구개발을 지원하던 기업을 연결하면 협력 진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 그가 설명한 구조입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래 전략에 따라 특별한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을 찾는데, 제약사마다 원하는 포인트가 다릅니다." 기술이 좋으면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전략과 맞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이런 협력의 결승점은 기술이전 계약이었습니다. 2023년 진흥원과 암젠이 주최한 피칭데이에서 우승한 인투셀은 암젠의 멘토링을 받으며 성장해 지난해 5월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습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재무 요건을 완화해 상장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2024년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연 'K바이오 익스프레스웨이'에서 우승한 에이비온은 지난해 6월 글로벌 기업과 최대 1조 8,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행사에는 암젠벤처스와 노보홀딩스가 참석해 글로벌 투자 전략을 발표합니다. 빅파마 내부의 투자 조직입니다. 김 단장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활용해 시장 트렌드에 맞는 파트너사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진행한 '프로젝트 노바'에도 본사 투자 부문이 참여했습니다.
협력의 문이 기술이전 한 갈래에서 투자까지 두 갈래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 단질은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해외 투자 자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해외 벤처캐피털을 초청해 국내 기업을 소개하는 행사 등 실질적 투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직 검토 단계입니다. 신약 개발 기업이라면 진흥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공고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 만료를 앞둔 빅파마가 밖에서 답을 찾는 동안, 3,000개의 물질은 계속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연결"」(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사업단장 인터뷰), 2025년 5월 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