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11.5% 컸는데, 삼성은 1.8% 늘었습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한 분기 만에 11.5%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1.8% 늘었습니다. 매출은 분명히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점유율은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2025년 2분기 합산 매출은 534억 9000만 달러였습니다. 전분기보다 11.5% 늘어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다른 기업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사업입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의 AI 반도체 생산 물량이 이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집계에서 삼성전자의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32억 6000만 달러였습니다. 전분기 대비 1.8% 증가했습니다. 순위는 2위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전분기 6.5%에서 5.9%로 0.6%포인트 낮아졌습니다.
1위 TSMC의 2분기 매출은 402억 달러로 전분기보다 12.1% 늘었습니다. 시장 전체 성장률(11.5%)을 웃도는 속도였습니다. 그 결과 점유율은 전분기 72.3%에서 72.5%로 올라갔습니다. 시장이 커질 때 1위는 더 빠르게, 2위는 더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두 회사의 2분기 점유율 격차는 66.6%포인트로 전분기보다 벌어졌습니다. 같은 분기에 두 회사 모두 매출이 늘었는데도 격차가 커진 이유입니다.
TSMC 쪽에서는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첫째, 3~5나노미터 공정 생산라인이 최대 가동률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숫자가 작을수록 최신 공정입니다. 둘째, 가장 앞선 2나노 공정 사업의 매출이 이번 분기에 처음 반영됐습니다. 셋째, 애플 신제품 '아이폰 18' 시리즈에 들어가는 모바일 칩 주문이 매출을 밀어올렸습니다. 앞선 공정의 생산 능력이 이미 다 팔려 있고, 그 위에 신규 공정과 대형 고객 물량이 더해진 구조입니다.
삼성전자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분기에 자사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쓰이는 베이스다이를 생산했고, 빅테크 수주도 늘렸습니다. HBM은 AI 연산용 GPU 등에 함께 탑재되는 고성능 적층 메모리이고, 베이스다이는 그 아래에 깔리는 기반 칩입니다. 그럼에도 매출 증가율은 1.8%에 머물렀습니다. 시장 전체가 11.5% 커진 분기였기 때문에, 이 정도 증가만으로는 점유율이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점유율 하락은 매출 감소가 아니라 '상대 속도'의 문제였습니다.
중국 SMIC는 2분기 매출 30억 달러를 넘기며 점유율 5.4%로 3위에 올랐습니다. 전분기보다 0.3%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트렌드포스는 그 배경으로 중국 내에서 급증한 AI 반도체 생산 수요를 지목했습니다. 대만 UMC가 점유율 3.9%로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가 3.2%로 5위, 중국 화홍이 2.3%로 6위였습니다. 2위와 3위의 점유율 차이는 0.5%포인트입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도 파운드리 공급 부족과 아이폰 18 시리즈를 포함한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겹쳐 10대 업체 매출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파운드리 실적을 볼 때 매출 증감만으로는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시장 전체 성장률과 나란히 놓고 봐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가 그 사례입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시장이 더 빨리 커져 점유율이 내려갔습니다. 다음에 확인할 지점은 정해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연내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을 정식 가동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 공장이 언제 돌기 시작해 어느 분기 매출부터 반영되는지가 다음 순위표를 좌우합니다. 시장이 11.5% 커진 분기에 1.8%로는 부족했다는 사실이, 그 기준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