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라인에서 180가지 차가 나옵니다 "전체 부품을 한번에 조립하는 기존 공정을 4개로 나눠 순차 진행하는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김태영 기아 차체생기4팀 책임이 가리킨 바디빌드 라인에서는 로봇팔들이 회전하며 차체 뼈대를 조립하고 있었습니다. 차량 하부를 이루는 플로어가 라인에 진입하자, 로봇들은 어떤 모델인지 스스로 인식해 조립 세팅을 바꿨습니다. 작업자는 그 라인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2026년 6월 8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목적기반차량 전용 공장 '화성 EVO 플랜트' 현장 취재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목적기반차량(PBV)은 고객 용도에 맞춰 사양을 달리 구성하는 맞춤형 전동화 차량입니다. 이곳 차체 공장은 인너벅·레일벅·아우터벅·루프벅 4단계를 순차로 거쳐 기본 골격을 완성합니다. 이 공정은 로봇과 비전카메라 등 자동화 설비로만 진행됩니다. 문선주 기아 차체생기4팀 책임은 "차체 공장의 용접 자동화율은 100%, 부품 이송 등은 80%까지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PV5를 양산 중인 '이스트 플랜트'는 기아가 약 30년 만에 국내에 구축한 신공장입니다. 조립·용접·이송·부품 관리 등 생산 공정 전반에 로보틱스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기아 관계자는 "기존 화성 공장 대비 자동화율을 9%가량 더 높였으며, 품질 및 운영 효율 역시 10%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공장의 PV5 생산 규모는 연 5만 대입니다. 순차 조립 공정 자체는 현대차그룹이 이 공장 차체공장에 처음 적용한 방식입니다.
PV5는 패신저밴·카고밴·샤시캡·하이루프 등 180여 개 사양으로 나뉩니다. 기존처럼 전체 부품을 한번에 조립하면 사양이 바뀔 때마다 라인을 세워야 합니다. 내부 뼈대와 사이드, 외관 패널, 루프를 각각 독립적으로 조립하면 같은 라인에서 여러 사양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송도 문제였습니다. PV5는 사양에 따라 길이와 무게중심이 달라 공용 설비로 옮기기 어려웠는데, 앞뒤 로봇을 동기화해 규제 위치를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공장 곳곳의 무인 운송 로봇 AGV가 바디와 부품을 옮깁니다.
자동화율 100%라는 숫자는 차체 공장의 용접 공정에 한정된 것입니다. 이스트 플랜트의 전 공정 기준 자동화율은 현재 20%대입니다. 조립공장에서는 현대차·기아 공장 최초로 후드, 엠블럼, 헤드라이닝을 모두 자동 장착하는 시스템이 구축됐습니다. 3차원 비전카메라가 촬영한 결과에 따라 로봇이 위치를 조정해 부품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비전 시스템과 스마트 태그로 모인 데이터는 서버에 쌓여 품질 이상 확인에 쓰입니다. 자동화의 범위는 아직 공정별로 크게 다릅니다.
기아는 이스트 플랜트 기술을 고도화해 현재 짓고 있는 '웨스트 플랜트'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내년 6월 준공 목표이며, PV7 등 대형 전동화 PBV를 담당합니다. 자동 장착 부품 종류를 늘리고 물류 로봇을 대거 투입해 전 공정 자동화율을 30%대로 올리는 것이 기아의 구상입니다.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전무)은 "PV7은 한층 고도화된 생산 기술과 품질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완성도 높은 품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순찰차·캠핑카 같은 실제 개조 차량은 기아가 아니라 파트너사가 만듭니다.
기아는 지난해 9월 'PBV 컨버전 센터'를 열었습니다. 컨버전은 기아가 공급한 기본 차량을 파트너사가 특수 목적 차량으로 개조·완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센터에 상주하는 파트너사가 개발·생산·출고를 맡고, 기아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품질관리와 판매를 총괄합니다. 파트너사에는 기본 차량 공급과 함께 컨버전 포털, 1대1 테크니컬 핫라인이 제공됩니다. 이시영 기아 PBV컨버전개발팀 책임은 "올 하반기 이후 스마트 순찰차, 어린이 통학차, 냉동밴 등이 파트너사 브랜드 제품으로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아는 이달 초 PV5 라인업을 10종으로 확대했고, 14일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PV7을 처음 공개합니다. 로봇이 모델을 알아보고 세팅을 바꾸는 그 라인에서, 어떤 이름이 붙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