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량이 배정되면 다시 원점부터 시작입니다." 성남시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분당에서 재건축 첫 관문을 통과하려고 서류를 낸 구역은 50곳입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안에 답을 받지 못합니다. 올해 배정된 물량이 신청 규모의 5분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분당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시가 7월 1일까지 접수한 분당 노후계획도시 2차 특별정비구역 정비계획 본안 신청은 결합개발구역을 포함해 43건, 50개 구역, 6만 6,037가구였습니다. 올해 분당에 배정된 물량 1만 2,000가구의 5.5배입니다. 안양 평촌에서도 6개 구역 1만 4,102가구가 접수해 배정 물량 7,200가구를 넘겼습니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재건축의 첫 단계입니다. 여기서 자리를 못 받으면 주민 동의가 모여 있어도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2024년 11월 분당·평촌·일산·산본·중동에서 선도지구 15곳이 지정되며 출발했습니다. 이 중 특별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마친 곳은 9곳입니다. 그런데 설계자와 시공사 선정을 끝낸 곳은 현재 한 곳도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5곳의 사업시행계획 인가와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마치고 내년 첫 착공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구역은 2028년에서 2029년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해 6월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은 분당 시범우성현대는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 4분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2029년 1분기에 이주·철거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장 빠른 구역도 지금부터 완공까지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병목의 이름은 '연차별 정비예정물량'입니다. 정부가 연도별로 정비구역 지정을 허용하는 가구 수의 상한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입니다. 한꺼번에 철거가 몰려 이주 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이 제한이 사업의 맨 앞단에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재건축은 같은 시기에 구역 지정을 받아도 시공사 선정, 감정평가, 공사비 협상, 조합원 분양과 분담금 산정을 거치며 단지별로 수년의 시차가 저절로 벌어집니다. 성남시 관계자는 기존 도시정비법에서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가 스스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속도를 조절해 왔는데, 특별법이 국토부 협의와 광역 승인을 얹어 절차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해, 고양 일산에는 2만 4,800가구가 배정됐습니다. 그런데 2차 구역 신청은 단 1개 구역, 2,906가구에 그쳤습니다. 부천 중동도 2만 2,200가구를 배정받았지만 접수는 저조했습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산의 기본용적률이 300%로 다른 신도시보다 낮고, 분담금을 미리 걱정하는 주민이 많아 동의 단계부터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남부와 달리 집값이 제자리걸음인 점도 사업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았습니다. 일산의 선도지구 4곳은 모두 아직 정비구역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성남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연차별 정비예정물량 폐지를 공식 건의했습니다. 제한된 물량을 둘러싼 단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민원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초기 인허가를 묶는다고 이주 쏠림이 방지되지는 않는다며, 출발선인 구역 지정은 문을 넓히되 실제 멸실이 발생하는 관리처분 단계에서 인허가 시기를 안배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별 분양 내역과 분담금을 확정하는 단계로, 이 인가 이후에 실제 이주와 철거가 시작됩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은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도 주민 갈등으로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흔하다며, 초기 단계 제한보다 유연한 물량 배정과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탈락은 '내년 순번'이 아닙니다. 성남시청 설명에 따르면 형평성 문제 때문에 탈락 구역을 내년으로 순차 배정하지 않고, 내년 물량이 배정되면 처음부터 다시 경쟁합니다. 게다가 분당의 내년 기본계획상 배정 물량은 1만 가구로, 올해 1만 2,000가구보다 줄어듭니다. 반대로 고양시청은 현재 수시 접수를 진행 중입니다. 내 단지가 어느 쪽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해당 시청 도시정비 담당 부서에서 배정 물량과 접수 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당에 몰린 6만 6,037가구와 일산에 접수된 2,906가구는 같은 제도 아래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물량 제한이 오히려 공급 늦춘다”…1기 신도시 재건축 ‘엇박자’[집슐랭]](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9/news-g.v1.20260909.e127787453094c2cb256d7e965c340ff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