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금액은 3,508억 원, 계약 종료일은 2033년 12월 31일입니다. 그런데 누가 무엇을 맡겼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일 공시한 위탁생산 계약서에서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의 계약에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일 공시를 통해 유럽 소재 제약사와 약 3,508억 원 (2억 6,218만 2,000달러)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위탁생산은 의뢰한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 주는 사업입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앞으로 8년가량 매출이 잡히는 구조입니다.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창립 이후 누적 수주액은 219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한 건의 대형 계약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계약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올해 공시 기준 신규 계약은 이번 건까지 총 6건입니다. 회사는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 대부분을 포함한 다수의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신규 고객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고객과의 계약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위탁생산은 주문을 받은 뒤 공장을 짓는 사업이 아닙니다.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을 미리 확보해 둔 쪽이 계약을 가져갑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을 가동했고, 올해 3월에는 생산능력 6만 리터인 미국 록빌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현재 확보한 총 생산능력은 84만 5,000리터입니다.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건설 중인 6~8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되면 총 생산능력은 138만 5,000리터까지 늘어납니다.
의약품 위탁생산에서는 만드는 것보다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는 일이 더 큰 관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생산 배치 성공률 99%를 기록했고, 올해 9월 기준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누적 464건의 승인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회사 스스로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위탁개발생산 시장의 경쟁 심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이번 장기 계약을 중장기 매출 기반 강화로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주력인 항체의약품과 메신저리보핵산 의약품에 더해, 항체에 약물을 결합시킨 차세대 항암 바이오의약품인 항체·약물접합체 전용 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전략도 제시했습니다. 영업 거점도 늘립니다. 올해 3분기 내 네덜란드에 유럽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할 예정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주요 시장에 거점을 두게 됩니다.
이번 계약의 실체는 금액이 아니라 기간입니다. 2033년까지라는 종료일이 곧 이 회사의 매출 가시성입니다. 다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들이 함께 있습니다. 6~8공장은 건설 중이고 가동 시점은 순차적이며,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는 계획 발표 단계입니다. 138만 5,000리터라는 숫자도 그 공장들이 모두 가동된 이후의 수치입니다. 고객 이름이 비어 있는 계약서가 몇 건 더 쌓이는지, 그리고 짓고 있다고 말한 공장들이 실제로 가동되는지를 함께 보면 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럽 제약사와 3508억 CMO 계약…누적 수주 219억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