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인당 670만 원, 조건이 하나 붙었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1인당 5000달러, 우리 돈 약 670만 원입니다. 미국 성인 전체에게 주려면 1조 달러가 넘게 듭니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발언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부통령이 지급 대상을 좁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9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의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구상을 밝혔습니다. 조건은 공화당의 상·하원 석권 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트럼프 배당금'으로 불릴 이 돈은 반드시 미국 안에서 쓰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재원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연설이 끝나고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J D 밴스 부통령이 나섰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관세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유층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성인'이라는 전제가 하루도 유지되지 못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5000달러가 올해 초 지급한 '전사 배당금'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전사 배당금은 2024년 12월 발표돼 2025년 초 미군 장병에게 지급된 1인당 1776달러의 일회성 특별수당입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관세 수입에서 나온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재원은 군인 주거수당 명목으로 이미 배정돼 있던 29억 달러였고, 이 가운데 26억 달러를 다른 용도로 돌려 지급했습니다. 새로 생긴 돈이 아니라 예산 안에서 옮긴 돈이었습니다. 현금 지급 구상은 하나 더 있습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가입자 약 100만 명에게 1인당 500달러를 환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모든 성인에게 5000달러를 주려면 약 1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의 한 해 연방 예산 7조 달러의 약 14%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밴스 부통령이 재원으로 꼽은 관세 수입도 미국 안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관세를 재원으로 삼는 구상은 우방국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재정 지출 전망은 국채금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국채금리는 각국 대출금리와 주식시장에 함께 영향을 줍니다. 법적 제약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법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지출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 구상이 법적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돈을 약속한 자리의 분위기는 반대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 30%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45분을 넘겨 110분간 연설하며, 패배하면 국경과 세금 감면, 안전과 안보를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틀 연속 연단에 오른다는 홍보에도 2만 명을 수용하는 행사장에는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전날 공화당 전국위원회 기부자 행사에 참석한 한 로비스트는 폴리티코에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 아무도 투표할 의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진 잭 넌 아이오와 하원의원과 존 코닌 텍사스 상원의원은 불참했습니다. 자리는 밴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이 메웠습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보수 성향 매체를 향해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폭스뉴스와 보수 인플루언서 터커 칼슨, 벤 셔피로의 방송이 대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한 과거 발언 등을 짜깁기한 영상으로,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노린 전략입니다. 한편 오바마케어 500달러 환급의 대상 지역은 앨라배마·알래스카·아칸소· 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공화당 강세 지역부터, 격전지인 텍사스·플로리다· 오하이오,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위스콘신·미시간·뉴햄프셔까지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5000달러는 아직 예고입니다. 실제 지급까지는 세 가지가 남아 있습니다. 공화당 의 상·하원 석권, 지급 대상 확정, 그리고 재원 확보입니다. 밴스 부통령 본인이 부유층 제외 가능성을 언급했고, 재원은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지켜볼 지점은 재원 쪽입니다.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삼는 구상은 통상 협상과 대미 투자 요구, 국채금리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인당 670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온다고 설명되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앞선 1776달러가 관세가 아닌 기존 예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그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