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가 넘자, 유럽이 금리를 올렸습니다 국제유가가 회의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세 개의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ECB는 성명에서 "전망이 여전히 대단히 불확실하며 물가상승률에는 상방 위험이, 경제 성장에는 하방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가 꺾일 위험을 같은 문장에 함께 적어둔 것입니다.
10일(현지시간) ECB가 독일 베를린에서 연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따르면, 3대 정책금리가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됐습니다. 예금금리는 연 2.50%,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주요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가 됐습니다. 예금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겨둔 돈에 붙는 금리로, ECB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기준선입니다. 한계대출금리는 은행이 급하게 하루짜리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로, 세 금리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ECB는 지난 6월, 202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습니다. 약 2년 가까이 이어진 인상 중단이 끝난 시점입니다. 이번 결정은 올해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로 두 번째 인상입니다. 그 사이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그대로 뒀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예금금리 2.50%는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습니다.
유로화를 쓰는 21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였습니다. 3년 만의 최고치이고, ECB 목표치인 2%를 6개월 연속 웃돈 수치입니다. 배경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있습니다. 에너지는 난방·운송·제조원가에 순차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으로 번집니다. ECB는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에너지 가격의 파급효과를 주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7월 시점에도 유로존 물가는 이미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때 ECB가 선택한 것은 인상이 아니라 동결과 관찰이었습니다. 달라진 조건은 전쟁의 재격화와 유가였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ECB는 지켜보겠다던 파급효과를 이번에 인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같은 성명에서 성장에는 하방 위험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물가와 경기 어느 쪽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입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이 조사한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습니다. 결정 폭 자체는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주목한 쪽은 인상 여부보다 ECB가 불확실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였고, ECB는 물가 상방·성장 하방이라는 양방향 위험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ECB 예금금리(2.50%)와 한국 기준금리(3.00%)의 격차는 0.50%포인트가 됐습니다. 미국 기준금리(3.50~3.75%)와의 격차는 1.00~1.25%포인트입니다. 유럽 금리를 확인할 때 숫자 하나만 보지 말고, 이 격차와 함께 보는 편이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에 머무는지, 그리고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3.3%에서 목표치 2%로 향하는지입니다. 회의 전날의 유가 100달러는 이번 결정의 배경이었고, 다음 결정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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