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와 내용 모두 시장 기대를 넘어섰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HD현대중공업의 투자 결정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회사가 발전 엔진과 소형모듈원전 생산시설에 1조 원 이상을 넣겠다고 밝힌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날 오른 것은 이 회사 주가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주사부터 엔진 계열사까지, 그룹 종목이 나란히 움직였습니다.
2025년 6월 11일 한국거래소 시세에 따르면, 오후 2시 11분 기준 HD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6.28% 오른 48만 2,000원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시각 그룹 산하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이 6.54%, HD한국조선해양이 4.41% 상승했습니다. HD현대마린엔진은 2.72%, 지주사 HD현대는 2.24% 올랐습니다. 특정 종목 하나가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이 같은 방향으로 반응한 하루였습니다.
움직임의 출발점은 하루 앞선 발표였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8,336억 원을 투입해 울산에 '힘센엔진' 신규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2,386억 원을 더 들여 울산조선소 부지에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전용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소형모듈원전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출력을 줄여 모듈 형태로 만들어 조립하는 원자로입니다. 주기기는 그 원자로의 핵심 설비를 말합니다. 두 건을 합치면 1조 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힘센엔진은 HD현대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대출력 엔진입니다. 원래 대형 선박 추진용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발전소 인프라에도 폭넓게 들어갑니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1조 5,831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입니다. 조선사가 만든 엔진의 수요처가 항구에서 전력 설비로 넓어진 셈입니다. 이번 투자가 조선 부문이 아니라 발전 엔진과 원전 설비를 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 대상은 대출력 발전엔진 4GW와 4세대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2기 생산 시설입니다. GW는 발전 설비가 낼 수 있는 출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선박 수주는 발주 사이클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전력 설비는 데이터센터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이 늘어나면 함께 늘어납니다. HD현대중공업이 기존 조선소 부지를 활용해 생산 능력을 늘리기로 한 것은, 수요가 이미 계약 형태로 확인된 영역에 설비를 붙이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강경태 연구원은 신규 발전엔진 생산시설 4GW를 완전 가동한다는 전제 아래, 2030년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부문 연간 매출이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은 '완전 가동'이라는 조건입니다.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가정한 증권사 추정치입니다. 발표된 것 역시 아직 계획 단계의 투자 결정이고, 공장이 세워지고 가동에 들어가는 시점은 그 뒤의 일입니다. 하루치 주가 상승은 이 전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같은 발표를 놓고도 확정된 것과 아직 조건이 붙은 것은 다릅니다. 확정된 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1조 원 이상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고, 힘센엔진의 미국 공급 계약 1조 5,831억 원이 체결됐습니다. 반면 2030년 매출 10조 원은 4GW 완전 가동을 가정한 한국투자증권의 추정치입니다. 기업의 투자 집행 상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시설투자 관련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표 다음 날 다섯 종목이 함께 올랐지만, 그 근거의 절반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공장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