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은 2025년 7월 11일,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채통합계좌 보관잔고가 27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관잔고는 특정 시점에 그 계좌에 맡겨져 있는 채권의 규모를 뜻합니다. 사고파는 흐름이 아니라, 남아 있는 양입니다. 누적 거래금액은 서비스 개통 이후 1,74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잔고의 60배가 넘는 금액이 이 통로를 오간 셈입니다. 잔고는 쌓인 결과이고, 누적 거래금액은 그 사이에 오간 움직임의 총량입니다. 두 숫자를 함께 봐야 이 계좌가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금액이 크게 늘어난 시점은 올해 3월입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개시 직전이었습니다. 세계국채지수는 세계 채권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국채 지수이고, 한국은 편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수에 편입되면 그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 해당 국가의 국채를 사들이게 됩니다. 그 시점을 앞두고 거래가 먼저 몰린 것입니다. 주목할 지점은 3월 이후입니다. 한 번 튀어 오른 뒤 가라앉지 않고, 상당한 거래 규모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일시적인 쏠림이 아니라 거래 수준 자체가 올라간 모습입니다.
국채통합계좌는 국제예탁결제기구가 예탁결제원에 개설한 보관계좌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국채 투자에 따른 채권 보관과 결제를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국제예탁결제기구는 국가 간 채권의 보관과 결제를 맡는 국제기구를 말합니다. 핵심은 창구가 하나로 묶인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살 때마다 국내에 별도 절차를 밟는 대신, 이미 쓰고 있는 국제기구의 계좌를 통해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국채 수요를 늘리려면 금리나 신용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고 나서 보관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익숙한 방식이어야 자금이 움직입니다. 이 계좌는 그 과정을 담당하는 인프라입니다.
시스템이 열렸다고 거래가 저절로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예탁결제원은 서비스 개시 이후 제도와 시스템을 이어서 고쳤습니다. 먼저 결제 마감시각을 연장했습니다. 마감이 늦춰지면 그만큼 늦은 시간대에 들어온 거래도 당일 결제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 국내 금융기관이 국제예탁결제기구를 통해 역외에서 결제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국내 기관도 국외 결제망을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개통 이후 2년간 이어진 조정들이 지금의 거래 규모와 함께 놓여 있는 사실입니다.
예탁결제원은 연내에 '국채통합계좌 통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외 투자자가 관련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플랫폼은 외국인 투자자 간 역외 대차거래를 허용하는 정책도 지원할 방침입니다. 대차거래는 채권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를 말합니다. 이 거래가 국외에서도 가능해지면 외국인끼리 한국 국채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다만 플랫폼과 정책은 아직 계획 단계이며, 실제 시행 시점과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는 환율과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그래서 이 27조 4,0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채권 투자자가 아니어도 참고할 만한 지표가 됩니다. 보관잔고는 반기 단위로 집계돼 발표되므로, 다음 발표에서 잔고가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외국인 자금의 방향을 보여주는 단서가 됩니다. 2024년 6월에 열린 계좌 하나는 2년 만에 1,740조 원이 지나간 통로가 됐습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시작된 뒤 이 잔고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다음에 확인할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