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국금지 상태에서 대사가 됐고, 사흘 뒤 비행기를 탔다 2024년 3월 4일, 한 전직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그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분이었고, 출국금지 상태였습니다. 사흘 뒤 조사를 받았고, 출국금지가 풀리면서 호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11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 임명이 범죄였는지 아니었는지, 오늘 법정에서 판단이 나옵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기일을 엽니다.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입니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았을 때 적용되는 죄목입니다. 같은 날 같은 법정에서 5명의 전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선고도 함께 나옵니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입니다.
시계열을 따라가면 사건의 밀도가 보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3월 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로 입건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출국금지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임명 사흘 만인 3월 7일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하면서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부임 11일 만에 귀국했고, 같은 달 25일 대사직에서 사임했습니다. 임명부터 사임까지 걸린 시간은 21일이었습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특검은 이 사건의 범인도피가 단순한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동원한 범행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구형량은 관여 정도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조 전 실장과 박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3년, 장 전 1차관과 이 전 비서관, 심 전 총장에게 각각 징역 2년입니다. 대사 임명은 대통령실, 출국금지 해제는 법무부, 부임 절차는 외교부의 소관입니다. 특검의 구형 구도는 이 절차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재판은 하나가 아닙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40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염보현 군검사(육군 소령)와 김민정 전 국방부검찰단 보통검찰부장(공군 중령)에 대한 2심 선고를 엽니다. 두 사람은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준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 결과 박 준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약 7시간 동안 구금되도록 했다는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특검은 염 소령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2년, 김 중령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6월 1심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두 갈래였습니다. 첫째, 공문서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를 볼 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둘째, 두 사람에게 허위공문서를 작성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모든 혐의가 무죄는 아니었습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염 소령이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출발한 두 재판이, 같은 날 서로 다른 층의 법정에서 결론을 내놓습니다.
구형과 선고는 다릅니다. 특검이 요청한 징역 5년은 검사 측의 의견일 뿐, 형량이 아닙니다. 실제 형은 재판부가 정하며, 무죄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뉴스에서 숫자를 볼 때 '구형'인지 '선고'인지만 구분해도 사건의 단계를 잘못 읽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의 선고는 원칙적으로 공개됩니다. 사건번호와 법정을 확인하면 각 법원 누리집의 사건검색으로 진행 상황을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 2024년 3월의 그 임명이 외교 인사였는지, 도피의 통로였는지. 판단은 이날 오후 두 개의 법정에서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