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9일(현지 시간), 사우디 동부 주베일의 사빅 본사에 양사 경영진이 모였습니다. 남궁홍 삼성E&A 사장과 파이살 모하메드 알 파키르 사빅 사장, 압둘라흐만 알 파기 사빅 애그리뉴트리언츠 회장이 서명한 문서는 35억 달러 규모의 비료 공장 건설 계약이었습니다. 여기서 만들어질 요소비료는 전량 수출됩니다. 사우디가 원유가 아닌 비료를 팔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그 공장을 한국 기업이 짓습니다.
삼성E&A는 2025년 7월 11일 공시를 통해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기업 사빅의 비료 부문 자회사인 사빅 애그리뉴트리언츠와 'SAN-7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설계·조달·시공은 발주처로부터 도면 작업부터 자재 구매, 실제 공사까지 한 번에 맡는 방식입니다. 계약 규모는 35억 달러, 약 4조 7,000억 원입니다. 다른 회사와 나눠 맡는 컨소시엄 형태가 아니라 삼성E&A가 단독으로 수행하며, 완공 목표는 2030년입니다.
삼성E&A는 2003년 사우디에 진출한 뒤 지금까지 3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2024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0억 달러의 파디릴 프로젝트를 사우디에서 수주했습니다. 이번 계약의 발주처는 사빅 본사가 아니라 그 비료 부문 자회사입니다. 20여 년간 본사 발주 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인정돼 자회사 발주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삼성E&A의 설명입니다.
공장은 주베일 산업단지에 들어서며,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루 암모니아 3,500톤과 요소비료 7,700톤을 생산합니다. 암모니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나옵니다. 이번 플랜트에는 연소 후 탄소포집장치가 적용됩니다. 연료를 태운 뒤 나오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붙잡아내는 설비입니다. 붙잡은 이산화탄소는 버리지 않고 요소비료를 합성하는 원료로 다시 투입됩니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사올 원료를 아끼는 구조입니다.
석유가 나는 나라가 굳이 비료 공장을 짓는 배경에는 수요가 있습니다. 세계 식량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식량안보 문제가 부각되면서, 여기에 공급망 위험까지 겹치며 비료 플랜트 투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생산된 요소비료가 전량 수출된다는 조건은 이 공장이 내수용이 아닌 수출 상품 설비임을 보여줍니다. 암모니아·요소 플랜트는 삼성E&A의 화공 주력 품목 가운데 하나이고, 회사는 미국에서도 저탄소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삼성E&A는 2025년 2월 거래처를 공개하지 않은 24억 달러 규모 화공 프로젝트를, 6월에는 중동에서 7억 9,000만 달러 규모 수처리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이번 35억 달러 비료 프로젝트가 세 번째입니다. 회사는 현재 사우디와 카타르 등 중동에서 비료·가스 관련 다수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삼성E&A 관계자는 "텃밭인 사우디에서 오랜 신뢰관계를 쌓아온 발주처의 주력상품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며 "기술력과 경험을 집약해 글로벌 비료플랜트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단발성 수주가 아니라 20여 년간 같은 발주처와 쌓은 실적 위에서 나왔습니다.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2030년까지 이어지는 공사이므로 계약 금액이 곧바로 실적이 되지는 않습니다. 둘째, 회사가 참여 중이라고 밝힌 중동 비료·가스 입찰의 결과입니다. 계약 규모와 조건은 삼성E&A가 7월 11일 낸 공시에서 원문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베일에서 서명된 문서가 실제 공장으로 서는 데는 앞으로 5년이 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