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나노팹은 K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반입니다." 지현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 부사장이 11일 포항공과대학교 나노융합기술원에서 한 말입니다. 이날 열린 자리는 신제품 발표회가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직원들이 이 대학 연구시설에 6개월간 상주하며 무엇을 바꿨는지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삼성전자 발표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이날 포항공과대학교 나노융합기술원(NINT)에서 '공공나노팹 운영 효율화 컨설팅 성과보고회'를 열었습니다. 삼성전자 DS부문 상생협력센터는 올해 3월부터 6개월간 이 기술원에 상주했습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 시설인 팹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민간에서 쌓은 방식을 공공 연구시설에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었습니다. 컨설팅 기간 6개월은 방문 자문이 아니라 상주 방식이었다는 점이 이번 사례의 특징입니다.
이번 컨설팅은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2024년 3월 과기정통부와 국내 주요 반도체 3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번 컨설팅은 그 후속 조치입니다. 협약에서 실제 현장 착수까지 약 1년이 걸렸습니다. 삼성전자가 활용한 방법론 자체는 더 오래된 것입니다.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눈높이 컨설팅'을 공공 팹의 특성에 맞게 고쳐 적용했습니다. 협력사를 향했던 프로그램이 국가 연구 인프라로 방향을 바꾼 셈입니다.
바꾼 내용은 첨단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현장에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을 찾아 개선했습니다. 그다음 '5S3정'을 기반으로 현장 관리 체계를 세웠습니다. 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다섯 가지와, 정품·정량·정위치 세 가지를 지키는 제조 현장의 기본 규칙입니다. 장비는 원래의 기본 상태로 복원했고, 고장 전에 미리 점검하고 손보는 예방보전 활동을 정례화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설비 운영 수준을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컨설팅의 약점은 분명합니다. 6개월이 지나면 상주 인력은 돌아갑니다. 이 문제를 두고 양측은 개선 사항을 표준작업절차서에 반영했습니다. 누가 담당하든 같은 순서로 일하도록 절차를 문서로 굳혀두는 방식입니다. 사람에 의존하던 개선을 시스템에 옮겨 지속되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번 발표에는 개선 전후를 비교한 정량 수치가 담기지 않았습니다. 14개 기관으로 넓힐 때의 일정과 소요 비용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현기 부사장은 "제조 혁신 노하우를 접목해 생태계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반도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정립하는 모범적인 상생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민관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은 생태계 기반 강화를, 정부는 협력 모델의 확산을 각각 앞세웠습니다. 두 발언 모두 개별 성과보다 확대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컨설팅은 포항 한 곳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과기정통부와 삼성전자는 국가 나노인프라 협의체와 함께 이 사례를 모아팹(MoaFab) 소속 14개 기관에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모아팹은 전국의 공공 나노팹을 묶은 네트워크로,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대학·연구자·중소기업이 반도체 시제품을 만들 때 찾는 곳입니다. 직접 팹을 지을 수 없는 곳들이 쓰는 공용 시설이라는 뜻입니다. 포항의 6개월이 남긴 절차서가 나머지 13곳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