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화에 나선 학교가 파업 앞에 섰다] 이달 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한동대와 하청노조 사이의 조정을 중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노사 대화로는 더 이상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두 달 전 이 학교는 개정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원청이 하청노조와 마주 앉은 곳으로 소개됐습니다. 먼저 테이블에 앉은 쪽이 먼저 파업 문턱에 선 셈입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동대와 하청노조는 지난 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습니다. 노동위원회가 노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공식 확인한 것으로, 이 결정 이후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정할 방침입니다. 이 노조는 학교의 환경·시설 미화를 담당하는 근로자 약 3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청이 교섭을 회피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개정 노동조합 및 노관계조정법이 시행됐습니다.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에게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법입니다. 한동대와 하청노조는 두 달 뒤인 4월 첫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한동대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절차를 거치기 전에 노조의 교섭 요구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개정법 시행 이후 '원청 교섭 1호'로 주목받았습니다. 그 교섭이 두 달여 만에 조정 중지에 이른 것입니다.
쟁점은 사용자성의 범위입니다. 사용자성은 교섭에 응할 의무를 지는 사용자로 인정되는 지위를 말합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노조는 적정 인력 확보와, 용역 업체가 임금·단체협약을 지키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요구했습니다. 한동대는 요구 중 상당수가 학교가 직접 결정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실질적 결정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서 양측 해석이 엇갈렸습니다.
이 사례의 특징은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요구를 받아들인 쪽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교섭이 진행되면서 의제 범위를 둘러싼 입장 차가 불거졌습니다. 원·하청 간 대화의 폭을 넓힌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사용자성의 범위와 교섭 의제의 불확실성이 현장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교섭마저 파업 수순으로 간 만큼, 불명확한 교섭 범위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행정지침만으로는 경영권과 원청의 교섭 범위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며 법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지침으로는 원청이 어디까지 교섭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반대편에서 노조는 법이 정한 교섭권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원청의 교섭 회피 여부를 법적으로 다투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원청이 자발적으로 교섭에 응하지 않을 때, 하청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판단을 요청하는 절차를 거칠 수 있습니다. 한동대 사례는 이 절차를 건너뛰고 시작된 교섭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정 중지 결정은 파업의 시작이 아니라, 합법 파업이 가능해지는 지점입니다. 6월 4일의 결정 이후 남은 절차는 조합원 찬반투표입니다. 청소·시설 노동자 30명의 교섭 테이블이 어디까지 갔는지가, 개정법의 범위를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되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