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에서 착륙까지 한 시간 남짓입니다. 값은 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억 원입니다. 그런데 내년 상반기 좌석은 사실상 다 찼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만 700명이 넘습니다. 비싼 물건을 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한 시간에 값이 붙은 이야기입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우주여행 기업 버진갤럭틱이 내년 상반기 진행할 우주여행 가격은 75만 달러, 약 10억 원입니다. 높은 가격에도 예약은 사실상 마감된 상태입니다. 마이클 콜글레이저 버진갤럭틱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대기자가 700명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정은 짧습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이륙한 우주선은 고도 15㎞에서 자신을 실어 올린 항공기와 분리됩니다. 이후 로켓을 점화해 고도 86㎞까지 올라갑니다. 승객은 무중력 상태로 객실을 떠다니며 창밖의 검은 우주와 지구를 봅니다. 전체 소요 시간은 이륙에서 착륙까지 한 시간 남짓입니다.
경험에 값을 매기는 흐름이 가장 크게 흔든 곳은 여행업입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2026년 세계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 여행객이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문화에 직접 참여하는 체험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억을 붙잡는 시장도 함께 자랐습니다. 유로모니터 집계로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은 1조 1,800억 원입니다. 2021년보다 68.3% 커진 규모입니다. 같은 흐름에서 더 플라자 호텔의 대표 디퓨저 판매량도 지난해 20% 늘었습니다. 디퓨저는 향을 공간에 은은하게 퍼뜨리는 제품을 말합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물건은 돈이 있으면 누구나 같은 것을 삽니다. 경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원이 정해져 있고, 시점이 정해져 있고, 다시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희소성이 그대로 가격이 됩니다. 영국 여행사 블랙토마토의 '블링크'가 그 예입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이나 아이슬란드 얼음 계곡처럼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임시 숙소를 짓고, 개인 셰프와 체험을 붙입니다. 가격은 1인당 1만~10만 달러, 약 1,350만~1억 3,500만 원입니다. 정해진 상품을 고르는 대신, 장소부터 고객이 정하는 방식입니다.
편리해야 비싸다는 통념과는 반대 지점도 보입니다. 글로벌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 '버츄오소'의 캐나다 로키산맥 기차 여행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역에서 12일을 보내는 일정입니다. 최고 가격은 1만 7,600캐나다달러, 약 1,729만 원입니다. 그런데도 1년 전에 매진됩니다. 연결이 끊기는 상태 자체가 상품이 된 셈입니다. 디지털에서 떨어져 풍경에만 몰입하는 시간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불편을 없애주는 대가가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는 시간에 값이 매겨졌습니다.
버진갤럭틱은 이 시장을 초기 단계로 봅니다. 회사 자체 추산으로 전 세계에서 우주를 체험할 의지와 자산을 갖춘 사람은 약 30만 명입니다. 이 수가 매년 8%씩 늘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업의 자체 전망치이므로 확정된 수요는 아닙니다. 향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향은 오감 가운데 특정 공간의 경험을 되살리는 대표적 감각"이라며 "호텔이나 매장에서 누렸던 경험을 일상에서 다시 느끼려는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험을 새로 사는 수요와, 이미 한 경험을 되불러오는 수요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장의 가격대는 10억 원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하나투어가 '제우스 월드'를 통해 스페인에서 슈퍼카를 운전하는 상품을 내놨고, 노랑풍선은 튀르키예 파묵칼레 석회붕을 보며 식사하는 체험형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롯데호텔 제주는 지난 5월 판초 우의와 러닝 용품을 넣은 '빗속 달리기 패키지'를 출시했습니다. 향으로도 남습니다. 교보문고의 '더 센트 오브 페이지'는 책장을 넘길 때의 종이 감성과 서점 분위기를 향으로 구현해, 디퓨저와 사셰, 핸드크림까지 제품군을 넓혔습니다. 값이 붙는 기준은 얼마나 화려한지가 아니라, 남들이 쉽게 똑같이 하기 어려운지입니다. 한 시간에 10억 원짜리 좌석이 먼저 마감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