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개인은 반대편에 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원유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상품은 이달 들어 20% 넘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원유 상품은 값이 떨어져야 수익이 나는 쪽이었습니다. 두 종목에 808억 원이 몰렸습니다.
1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를 490억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개인 순매수 규모 10위입니다. 하락폭의 두 배를 따라가는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에도 318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두 상품을 합치면 808억 원입니다. 수량으로 보면 더 두드러집니다. 개인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를 2682만 좌,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를 1541만 증권 사들였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 종목 중 각각 4위와 5위입니다.
이 매수는 유가가 빠르게 오르는 국면에서 나왔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 여파로 이달 1일 배럴당 90.22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약 한 달 만에 9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선 것입니다. 상승은 이어졌습니다. 간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올 5월 2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WTI 10월 인도분도 3.25% 상승해 96.05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열흘 사이 90달러 선 회복과 100달러 돌파가 함께 일어났습니다.
개인이 사들인 상품은 원유 가격이 내려갈 때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WTI 선물 가격을 기초로 하는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1배로 추종합니다. 지수가 하루 1% 내리면 1% 오르는 방향입니다. 여기서 배율을 두 배로 키운 것이 시장에서 '곱버스'로 불리는 상품입니다.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가 이에 해당합니다. 하락폭의 두 배를 따라갑니다.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 손실도 같은 배율로 커집니다.
같은 기간 유가를 그대로 따라간 상품의 성적은 좋았습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이달 들어 26.53% 올라 국내 ETN 가운데 상승률 1위였습니다. '메리츠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23.46%,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B'는 22.45% 올랐습니다. ETF에서도 'KODEX WTI원유선물(H)'이 11.60%, 'TIGER 원유선물Enhanced(H)'가 10.46% 상승해 전체 ETF 상승률 10위와 15위에 올랐습니다. 정방향 상품이 일제히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국면에서, 개인 자금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입니다. 단기간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보다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향후 방향은 정치 일정과도 얽혀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미국 중간선거까지 높은 유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다만 선거 이후에는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발언 안에 상승 지속과 급락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유가를 밀어 올린 직접 요인이었던 만큼, 충돌의 향방에 따라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이 추종하는 것은 '기간 수익률'이 아니라 '일간 수익률'입니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의 -1배도, 곱버스의 -2배도 하루 단위 기준입니다. 여러 날에 걸친 성과는 기초지수 등락률에 배율을 곱한 값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상품 설명서에서 추종 배율과 그 기준 기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유가 100달러 돌파와 원유 인버스 808억 원 순매수는 같은 열흘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방향이 갈린 자리에서 어느 쪽이 맞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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