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9시 8분, 삼성전자 주가는 25만 9,000원이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3.72% 낮은 값입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4.10% 떨어진 177만 7,000원에 거래됐습니다. 개장 8분 만에 벌어진 일이고, 두 종목만의 일도 아니었습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8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9.48포인트(2.41%) 내린 6,864.44를 나타냈습니다. 코스닥 지수도 11.22포인트(1.34%) 내린 825.70이었습니다. 내린 종목은 반도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SK스퀘어가 4.76%, 현대차가 2.19%, LG에너지솔루션이 1.92% 하락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2%, 삼성전기는 0.86% 내렸습니다.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 대부분이 하락 출발했습니다.
이 흐름의 출발점은 전날 밤 뉴욕이었습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0.60%, S&P 500지수가 0.58%, 나스닥 종합지수가 0.65% 하락하며 3대 지수가 일제히 내렸습니다. 지수보다 개별 종목의 낙폭이 컸습니다. 엔비디아가 2.26%,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4.90% 떨어졌습니다. 금리 변화에 민감한 기술주가 더 크게 밀린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는 5.20% 하락했습니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증서가 먼저 5% 넘게 빠진 뒤, 국내 주식이 그 뒤를 따른 셈입니다.
배경에는 중동 분쟁 장기화가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아라비아해와 홍해,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빠르게 장악했습니다. 기존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홍해 쪽 불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양쪽에서 동시에 좁아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가격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6.69% 올라 배럴당 102.4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국제유가를 가늠하는 대표 기준 유종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체력 자체는 견고합니다. 이날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기업 실적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었습니다. 연결 고리는 이렇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대부분 상품의 공급 원가가 높아지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집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이를 누르려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을 근거로 평가받는 기술주가 먼저 흔들립니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95%를 넘어섰습니다. 원문 기준으로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10일(현지시간) 3대 정책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확산에 대응한 조치입니다. 미국은 아직 결정 전입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시장의 예상이며, 확정된 결정은 아닙니다.
이날 국내 주가는 실적 발표나 개별 기업 이슈 때문에 움직인 것이 아닙니다. 유가와 금리라는 두 개의 외부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결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도 개별 기업 밖에 있습니다. 중동의 해협 두 곳이 정상화되는지,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선 위에 머무는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95%에서 더 오르는지, 그리고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실제로 금리를 올리는지입니다. 코스피는 이날 231.42포인트(3.29%) 내린 6,802.50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소폭 줄였습니다. 개장 직후의 3.29%와 8분 뒤의 2.41% 사이, 그 차이만큼이 지금 시장이 외부 변수를 소화하는 속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