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공급 좌석을 2019년의 90% 아래로 줄이지 말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붙은 조건입니다. 대상은 40개 노선입니다. 항공사들은 이 기준을 일부 낮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심사관은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5개 항공사가 낸 좌석 공급 의무 완화 신청 두 건에 대해 각각 기각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습니다. 하나는 청주∼제주 노선의 기준을 낮춰 달라는 요청, 다른 하나는 2026년 한 해 동안 시정조치 대상 전체 노선의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는 요청입니다. 항공사들은 청주∼제주 노선에서 2019년 공급 좌석의 70%만 유지해도 의무를 지킨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재 기준은 90%입니다.
시간 순서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40개 노선에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부과했고, 이 시정조치를 2024년 12월 24일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후 올해 2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6월, 완화 신청과 조사방해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가 함께 나왔습니다.
좌석 공급 의무는 요청만으로 조정되지 않습니다. 심사관 판단의 기준은 시정조치가 최종 확정된 2024년 12월 24일입니다. 그 이후에 의무 이행을 어렵게 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는지를 따집니다. 심사관은 이번 신청에서 그런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의무를 바꿀 정도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항공사들은 환율과 유가 상승, 중동 전쟁 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사관은 항공권 발권 자료 등을 토대로 노선별 수요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달랐 습니다. 중동전쟁 이후 시정조치 대상 노선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일부 노선의 사정을 전체 40개 노선의 의무 완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완화 신청과 별개로 조사방해 혐의 심사보고서도 작성됐습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기간 중 2월 2일부터 4일까지 대한항공 직원 3명이 조사 대상과 관련된 업무용 컴퓨터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사관은 이를 조사 방해로 보고 대한항공과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자료 은닉·삭제로 조사를 방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대한항공 측은 "조사방해 행위가 없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며 "향후 시정조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나온 내용은 공정위의 최종 처분이 아닙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심사관의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가 발송되면 조사를 받는 쪽에 의견 제출과 증거 열람·복사, 진술 기회를 준 뒤 공정위 전원회의가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합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시정조치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계속 점검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리하면, 지금 시점에서 40개 노선의 좌석 공급 유지 의무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청주∼제주 노선의 기준도 여전히 2019년의 90%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