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이전부터 지금까지 갚지 못한 빚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받은 대출입니다. 이런 채권이 5조 4,000억 원 쌓여 있습니다. 정부는 이 빚의 원금을 최소 80% 이상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장기 연체 채권 특별 채무 조정' 사업의 세부 계획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대상은 1억 원 미만 채권으로 정해졌습니다. 규모는 개인사업자 보유분 5조 1,000억 원에 법인 등 보유분 3,000억 원을 더한 5조 4,000억 원입니다. 정부는 이 채권을 액면가의 평균 9.5%에 사들일 방침입니다. 5조 4,000억 원을 이 가격에 매입하면 필요한 돈은 5,000억 원 안팎입니다. 내년에 편성된 이 사업 예산도 5,000억 원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시기 대출을 받아 2023년 6월 이전부터 현재까지 연체가 이어지는 소상공인의 채무를 적극 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규모와 감면율 같은 구체적인 숫자는 이번 국회 보고에서 나왔습니다. 비슷한 사업이 앞서 두 번 있었습니다. 2022년 말에는 새출발기금이 출범했습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빚을 조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지난해에는 7년 이상 연체 채권을 다루는 새도약기금이 나왔습니다. 이번 특별 채무 조정은 그 사이에 놓인 3년 이상 연체 구간을 겨냥합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정부가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싸게 넘겨받은 뒤, 원금을 깎아 남은 금액만 받는 방식입니다. 매입 가격이 낮을수록 깎아줄 수 있는 폭이 커집니다. 이번 원금 최대 감면율은 최소 80% 이상으로 잡혔습니다. 현재 새출발기금은 채무자의 변제 능력에 따라 원금을 최대 80%까지 깎아주고, 기초수급자와 취약차주에게는 최대 90%를 적용합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당시 피해를 감수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새출발기금보다 강화된 수준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만약 90%를 넘는 수준에서 정해지면 채권을 없애는 것에 가까운 효과가 납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3년 연체 채권은 부실채권 시장에서 통상 액면가의 20% 초반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실채권은 오래 연체돼 정상적으로 돌려받기 어려워진 채권을 말합니다. 정부가 설정한 9.5%는 이 시장 가격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앞선 사업과 비교해도 낮습니다. 2022년 말 출범한 새출발기금은 담보가 없는 채권의 매입가율 범위를 0~35%로 설정했습니다. 채권을 넘겨야 하는 금융업권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지점입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차주의 신용등급과 연령, 채권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통상 3년 연체 채권은 액면가의 20% 초반대에서 거래된다"며 "평균 매입가율 9.5%가 현실화될 경우 새도약기금 출범 때와 유사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 채권을 액면가의 5% 수준에서 매입하겠다고 밝혀 업권의 반발을 샀습니다. 국회 보고 과정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왔습니다. "새출발기금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매입 대상과 감면율은 다르지만 두 사업 모두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는 이유입니다. 금융위도 통합 운영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출발기금 신청 기간은 올해 말까지입니다. 정부는 내년 새출발기금 사업 예산으로 2,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예산 2,000억 원은 올해 말까지 신청된 건을 소화하기 위한 금액이며 사업 연장을 위한 금액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업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2023년 6월 이전부터 연체가 이어지는 1억 원 미만 빚이 있다면, 이번 특별 채무 조정의 대상 범위에 들어갑니다. 신청 시기와 절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대상 규모와 감면율의 하한선까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