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서 나온 독성, 계약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계약 서명 전에 이미 이번 이슈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 겸 사업개발본부장이 11일 온라인 설명회에서 한 말입니다. 하루 전 회사는 도입을 추진 중인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부분 임상 보류를 통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계약은 이미 지난달 26일 체결된 상태였습니다. 뒤늦게 드러난 문제가 아니라, 알고도 서명한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11일 SK바이오팜 온라인 설명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6일 미국 바이오헤이븐과 오파칼림 등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규모는 최대 7억 9500만 달러, 약 1조 1000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선급금 4억 달러는 11일 기준 아직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FDA는 오파칼림의 특정 대사체를 설치류에 투여한 비임상시험에서 관찰된 독성을 두고, 이것이 설치류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지 확인할 추가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시간 순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SK바이오팜은 계약 전 수개월간 진행한 정밀 실사에서 이 비임상 소견을 이미 파악했고, 6월 26일 서명했습니다. 3상 임상시험 RISE3는 그보다 앞선 지난 6월 환자 모집이 완료됐습니다. 7월 10일 부분 임상 보류 공시가 나왔고, 다음 날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회사는 바이오헤이븐이 9월 말에서 10월 초 FDA에 자료를 제출하고, 10월에서 11월 사이 사안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부분 임상 보류는 임상시험을 전면 중단시키는 조치가 아닙니다. 신규 환자 등록만 일시적으로 막고, 이미 투약 중인 환자의 시험은 그대로 이어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2상 임상시험 RISE2에 등록돼 투약 중인 환자 600명 이상은 시험을 계속합니다. 다만 추가 비임상 자료가 확보될 때까지 새 환자는 받지 못합니다. 문제가 된 대사체는 약물이 몸 안에서 분해되며 생기는 물질로, 원래 약물과 다른 독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사람과 쥐의 대사 경로가 다르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면 왜 보류가 걸렸을까요. 인지와 해소는 다른 문제입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판단과 외부 전문가 검토를 근거로 사람에게 동일한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FDA는 그 판단을 확인할 자료를 별도로 요구했습니다. 회사는 오파칼림이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여됐고, 이번 비임상 독성 소견과 관련한 안전성 신호나 이상사례는 임상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회사 측 설명입니다. 4억 달러 선급금이 아직 나가지 않은 것도, 이 사안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유 부문장은 “쥐에서 발견된 특이 대사 과정에 사람에게 동일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게 봤다”며 “계약 당시 저희의 판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러한 이슈가 해소된 뒤 계약 클로징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계약을 되돌리는 대신 FDA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려 거래를 종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양사는 이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11월 해소는 회사의 기대이고, 최종 판단은 FDA에 있습니다.
지켜볼 지점은 두 개의 날짜입니다. 하나는 바이오헤이븐의 FDA 자료 제출과 그 결과가 나오는 10~11월입니다. 다른 하나는 3상 임상시험 RISE3의 톱라인 결과 발표입니다. RISE3는 지난 6월 모집이 끝나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고, 회사는 올해 하반기 발표 계획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부분 보류가 풀리면 선급금 지급과 계약 종결이 이어집니다. 6월 26일 서명 당시의 판단이 맞았는지는, 그 두 날짜에 확인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