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10일 기준 MMF 설정액은 248조 1362억 원입니다. 이달 4일 267조 887억 원에서 18조 9525억 원 줄었습니다. MMF는 수시로 넣고 뺄 수 있으면서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입니다. 쓸 곳을 아직 정하지 않은 돈이 잠시 머무는 자리입니다. 반대로 투자자 예탁금은 93조 5500억 원에서 107조 6573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미리 넣어둔 돈입니다. 특히 9일과 10일 이틀 사이에만 10조 원 넘게 불어났습니다.
지금 흐름은 올해 6월 이후와 대비됩니다. 6월 말 224조 3000억 원이던 MMF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260조 원대까지 불어났습니다. 예탁금은 5월 137조 원 수준에서 이달 초 90조 원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6월 말 110조 5020억 원에서 104조 원대로, 그중 RP형은 46조 7199억 원에서 44조 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지수가 올라도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기보다 단기 상품에 돈을 묻어두는 쪽을 택했던 셈입니다. 그 방향이 이달 들어 뒤집혔습니다.
CMA 잔액은 이달 4일 104조 8820억 원에서 9일 105조 4831억 원으로 6011억 원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으로 운용되는 RP형 잔액은 44조 3247억 원에서 45조 492억 원으로 7245억 원 증가했습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 돈을 환매조건부채권, MMF, 발행어음 같은 단기 상품에 운용해주는 계좌입니다.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아직 주식에 직접 투입되지 않은 돈이 증권사 계좌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단기 상품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매수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이른 단계입니다.
코스피는 10일 전 거래일보다 124.01포인트(1.76%) 내린 6909.91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국제유가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0달러를 넘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영향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예탁금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코스피는 이달 7일부터 5거래일 연속 6900~7000선을 오갔습니다. 약 한 달 반 이어진 박스권을 넘어 7000선을 회복한 뒤 하방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른바 '빚투' 지표로 불리는 신용 융자 잔액은 10일 기준 32조 3599억 원입니다. 지난달 4일 27조 4038억 원 이후 증가 추세입니다. 신용 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금액을 말합니다. 대기 자금의 이동과 별개로, 빌린 돈의 유입 속도도 같은 기간 함께 빨라졌다는 뜻입니다. 자금 흐름을 볼 때 예탁금과 MMF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코스피가 7000선 회복세를 보이고 반도체 관련 자산의 돌파가 동반됐다"며 "수급 균형이 이전보다 매수 우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기 자금이 실제 주식 매수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함께 나옵니다. 시중 자금의 무게중심이 단기금융 상품에서 증권사 계좌 주변으로 옮겨가는 초기 신호라는 해석입니다.
MMF, 투자자 예탁금, CMA, 신용 융자 잔액은 모두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해 공개하는 수치입니다. 협회 통계 페이지에서 날짜별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 숫자를 함께 보면 돈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에 멈춰 있는지, 빌린 돈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닷새 사이 MMF에서 빠져나간 19조 원은 지금 예탁금과 CMA 잔액에 남아 있습니다. 그다음 행선지는 아직 이 숫자들 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