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는 니트 안으로 들어갔다 8월 29일 홈쇼핑 방송 한 편에서 캐미솔 두 종류가 약 2,000개 팔렸습니다. 주문액은 1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옷은 겉에 입는 옷이 아닙니다. 니트나 재킷 안에 받쳐 입는 옷입니다. 올가을 잘 팔린 옷들의 공통점은, 혼자 입지 않는 옷이라는 점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샵에서 레이스 장식을 더한 가을겨울 상품이 잇따라 판매 성과를 냈습니다. 8월 29일 '제이슨우' 가을겨울 론칭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레이스 캐미솔 2종'은 약 2,000개가 주문돼 주문액 1억 2,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은은한 광택의 새틴 소재에 레이스를 더하고, 밑단을 사선으로 잘라 재킷이나 니트 안에 겹쳐 입기 좋게 만든 제품입니다. '라삐아프'의 '레이스 디테일 니트탑'은 9월 11일 방송에서 1,000장 이상 팔렸고, 밑단에 레이스를 넣은 '모르간'의 '레이스 새틴 스커트'는 첫 방송에서 약 2,000장이 주문됐습니다.
올가을 패션 흐름으로 거론되는 말은 '레이스코어'입니다. 레이스와 새틴 소재, 슬립처럼 속옷에서 착안한 요소를 일상복에 옮겨 온 스타일을 가리킵니다. 장식으로 포인트를 주는 흐름 자체는 이번 시즌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지난 봄·여름 시즌에는 프릴 블라우스가 반응을 얻었고, 이번 가을에는 주름 장식을 살린 8부 소매 '핀턱 볼륨 블라우스'가 나왔습니다. GS샵 집계로 상반기 단독 패션 브랜드 주문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5.6% 늘었습니다.
이번 시즌 상품 구성의 기준은 트렌드만이 아니라 기온입니다. GS샵은 지난달 말 '26FW 패션 쇼케이스'를 열고 TV홈쇼핑과 모바일 앱으로 단독 브랜드 가을 신상품을 공개했습니다. 셔츠와 블라우스, 얇은 긴팔 티셔츠, 카디건처럼 간절기에 입는 옷을 늘리고, 베스트와 뷔스티에처럼 다른 옷 위아래로 겹쳐 입는 상품을 함께 강화했습니다. 초가을에는 그것만 입고, 기온이 내려가면 겉옷과 함께 입는 구조입니다. 레이스 캐미솔의 사선 밑단도 같은 계산 위에 있습니다. 안에 입었을 때 밑단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디자인입니다.
이름만 보면 레이스를 앞세우는 스타일 같지만, 실제로 반응을 얻은 방식은 반대였습니다. 레이스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니트나 재킷 안에 받쳐 입어 일부만 보이게 하는 연출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계절의 경계도 흐려졌습니다. 제이슨우는 지난여름 반응이 좋았던 '베라 에센셜 재킷'에 자외선 차단과 속건 기능을 더해 가을 상품으로 다시 내놨습니다. 여름 기능을 지운 게 아니라 그대로 얹은 채 가을 옷으로 옮겨 온 셈입니다.
GS샵 관계자는 "상반기 단독 패션 브랜드 주문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6% 성장하며 전체 패션 카테고리 성장을 견인하고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에도 새로움과 멋을 잃지 않도록 간절기부터 겨울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유행 설명보다 날씨를 앞에 둔 설명입니다. 아침과 낮의 기온 차가 클 때, 옷을 새로 사는 대신 겹쳐 입어 버티는 소비가 상품 기획의 전제가 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옷을 고를 때 '이 옷 하나로 며칠을 입을 수 있나'가 아니라 '이 옷이 가진 옷들과 몇 가지로 조합되나'를 보는 방식입니다. 라삐아프의 '오픈업 베스트·가디건 레이어드 세트'는 베스트만, 카디건만, 또는 둘을 함께 입는 세 가지 연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함께 입으면 짧은 카디건 아래로 베스트 밑단이 드러납니다. GS샵은 첫 방송에서 약 2,000장이 주문된 모르간 '레이스 새틴 스커트'를 12일 다시 방송할 예정입니다. 8월 말 방송에서 2,000개가 팔린 그 캐미솔처럼, 이번에도 혼자 입는 옷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