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은 명동만큼 많아졌는데, 명동보다 호텔이나 호스텔 같은 시설은 적습니다." 성수동에서 일하는 한 공인중개사의 말입니다. 연무장길 1층 공실률은 사실상 0%, 2층 이상도 임대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다만 들어오는 곳은 대부분 마케팅 효과를 노린 뷰티·패션 기업입니다. 관광객이 밤을 보낼 곳은 그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2026년 9월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 인허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수의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소는 올해 14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일반 주택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형태로, 서울시 인허가를 받아 운영됩니다. 흔히 말하는 에어비앤비형 숙박시설입니다. 2023년에는 5곳뿐이었습니다. 2024년 47곳, 2025년 81곳을 거쳐 올해 140곳이 됐습니다. 3년 사이 28배입니다.
성수는 원래 공장과 창고가 밀집한 산업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2024년까지 관광숙박업소, 즉 호텔이나 호스텔 같은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2025년에 처음 1곳이 문을 열었고, 올해 7곳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카페와 패션·뷰티 매장, 팝업스토어가 잇따라 들어서며 서울의 대표 관광 상권으로 자리 잡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대형 숙박시설이 채우지 못한 자리를 주택을 활용한 공유형 숙박시설이 대신 흡수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유는 도시계획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4년 성수IT 산업개발진흥지구를 기존 53만 9,406㎡에서 성수 준공업지역 전역인 205만 1,234㎡로 확대했습니다. 약 3.8배입니다. 명칭도 '성수IT문화콘텐츠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로 바꿨습니다. 산업개발진흥지구는 특정 산업을 키우기 위해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완화해주는 구역입니다. 서울시는 IT산업 46개 업종을 주업종으로 유지하고, 연구개발과 전문디자인, 영상·콘텐츠 등 34개 업종을 보조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올해 마련한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이런 권장 업종이 들어올 경우 용적률과 최고높이를 최대 1.2배까지 완화하도록 했습니다. 완화 혜택이 산업·업무 시설 유치에 집중된 것입니다.
같은 도시계획 수단을 숙박에 쓴 곳도 있습니다. 명동 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돼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중구는 2026년 1월 명동 관광특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통해, 관광숙박시설을 도입하면 용적률을 최대 1.3배 완화하고 건폐율·높이 기준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숫자도 다릅니다. 명동1·2가와 남산동1~3가, 충무로1·2가를 포함한 명동 상권의 관광숙박업소는 2023년 30곳에서 올해 50곳으로 늘었습니다. 명동 일대 전체로는 2023년 77곳, 2024년 90곳, 2025년 94곳, 올해 95곳으로 완만하게 늘어왔습니다. 성수처럼 급격하진 않지만, 기반은 먼저 깔려 있었습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차를 지적합니다. "도시 계획은 통상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짜는데, 성수가 지금과 같은 관광 상권으로 부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이를 미리 예상해 계획에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대응 방향으로 "주변 지역으로의 분산과 기존 시설 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숙박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짓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성수에서 숙소를 예약한다면, 그 방은 호텔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기준 성수의 관광숙박업소는 7곳, 주택을 활용한 공유형 숙박시설은 140곳입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서울시 인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업종이므로, 예약 전 정식 등록 업소인지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무장길의 1층은 여전히 빈 곳이 없습니다. 다만 그 거리를 찾은 사람들이 어디서 묵을지는, 도시계획서에 아직 충분히 적혀 있지 않습니다.
서울경제신문 (2026-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