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식인데 미국에서 50% 더 비쌉니다 9월 14일,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만에 6.35% 빠졌습니다. 170만원 선도 내줬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 주식을 미국에서 사면 255만원을 내야 합니다. 종목도, 회사도 같습니다. 거래되는 시장만 다릅니다. 이 격차는 두 달 내내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벌어졌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9월 14일 전 거래일보다 11만5000원(6.35%) 내린 169만7000원에 마감했습니다. 반면 9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는 0.94% 오른 190.07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ADR은 외국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대체 증권입니다. SK하이닉스는 ADR 1주가 국내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도록 교환비율을 정해뒀습니다. 이 비율과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ADR 가격은 본주 1주당 약 255만8200원입니다. 두 가격의 차이, 즉 괴리율은 50.7%까지 벌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 ADR은 7월 10일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이후 본주보다 평균 35%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일평균 프리미엄은 7월 32.5%, 8월 35.4%, 9월 38.7%로 매달 커졌습니다. ADR 자체 등락도 컸습니다. 7월 14일 193.92달러까지 올랐다가 같은 달 29일 126달러로 급락했고, 8월에는 주로 150~160달러대에 머물렀습니다. 9월 9일에는 하루 7.05% 뛴 198.63달러로 상장 이후 종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괴리율도 7월 31일 19.13%까지 좁혀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8월 31일 34.52%, 9월 9일 43.32%를 거쳐 14일 50.7%에 이르렀습니다.
수급을 보면 두 시장의 방향이 갈립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ADR 상장 이후 9월 11일까지 7억1385만달러, 약 960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개인이 5조9675억원, 외국인이 8조6822억원, 기관이 3조9690억원 순매도했습니다. 이 물량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등이 포함된 기타법인이 18조6562억원 규모로 받아냈습니다. ADR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증시에서 거래된다는 점, 프리미엄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거론됩니다. ADR 1주 가격이 본주의 10분의 1 수준이라 소액 투자자가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힙니다.
프리미엄이 이렇게 유지될 이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최근 두 달간 원·달러 환율은 10% 넘게 하락했습니다. 환율이 내려가면 달러로 표시된 ADR의 원화 환산 가격도 함께 내려갑니다. 격차를 좁히는 방향입니다. 그런데도 괴리율은 19%대에서 50%대로 벌어졌습니다. 세금 조건도 ADR이 본주보다 불리합니다. 국내에서는 급등기에 사들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과 손절 물량이 주가 회복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눈높이를 높이는 쪽입니다. JP모건은 9월 11일 SK하이닉스 ADR 분석을 시작하며 투자의견 '비중 확대'를 제시했습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퍼지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해, 메모리 수요가 단기 호황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메모리 성장 사이클이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JP모건은 SK하이닉스가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의 50% 이상을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해 가격 변동 위험을 낮춘 점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향후 2년간 주당순이익이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9월 9일 투자의견을 '매수'로 올렸습니다. UBS의 티머시 아커리 애널리스트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는 모두 각 기관의 전망입니다. ADR과 본주의 50% 격차가 왜 유지되는지, 언제 좁혀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닙니다.
괴리율 50.7%는 같은 회사 주식 하나를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1.5배 가격이 된다는 뜻입니다. 프리미엄이 줄어들면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ADR 쪽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ADR을 볼 때는 주가만이 아니라 그날의 괴리율을, 그리고 본주보다 불리한 세금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9월 14일, 한국에서는 169만원, 미국에서는 255만원이었습니다. 두 숫자의 차이가 회사 가치의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