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165번 그리면서 전력은 30% 덜 쓴다 1초에 165번. 화면이 새로 그려지는 횟수입니다. 여기에 픽셀 수가 더 많은 2K 해상도가 겹칩니다. 원래 이 두 조건은 전력 소모를 함께 끌어올립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4일 이 조합을 6.9형 모바일 OLED에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전력은 오히려 약 30% 낮췄다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4일 2K 해상도와 165㎐ 주사율을 동시에 구현한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사율은 1초 동안 화면을 몇 번 새로 그리는지를 뜻합니다. 165㎐는 1초에 165번입니다. 회사는 이 조합이 모바일용 OLED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패널은 중국 비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 아이쿠(iQOO)의 신제품 '아이쿠 16'에 공급됩니다. 화면 크기는 6.9형입니다. 아이쿠 16은 이달 출시 예정입니다. 겨냥한 시장은 고사양 모바일 게임입니다.
최근 게이밍 스마트폰에 주로 쓰인 조합은 1.5K 해상도에 165㎐ 주사율이었습니다. 주사율은 이미 165㎐까지 올라와 있었지만, 해상도는 그 아래에서 멈춰 있었던 셈입니다. 이번 제품은 그 기준선에서 해상도만 2K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소비전력은 1.5K·165㎐ OLED보다 약 30% 낮다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밝혔습니다. 해상도를 높이면 전력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방향인데, 반대로 움직였다는 주장입니다. 구동칩 쪽에서도 세대 전환이 있었습니다. 각 픽셀을 제어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에 기존 28나노미터보다 미세한 22나노 공정을 적용했습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입니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수가 늘어납니다. 주사율이 높아지면 그 픽셀을 더 자주 켜고 꺼야 합니다. 픽셀이 많아지는 것과 자주 구동되는 것이 겹치면 전력 소모는 두 방향에서 커집니다. 그래서 게이밍 스마트폰은 오랫동안 선택의 문제 위에 있었습니다. 주사율을 올리면 해상도를 양보하고, 해상도를 올리면 주사율에서 물러나는 구조였습니다. 2K와 165㎐를 한 화면에 함께 놓는 일이 기술 과제로 남아 있던 이유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방법은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빛을 내는 구조를 바꾼 것입니다. 빛의 일부를 가로막는 편광판을 없앤 무편광판 OLED 기술 'LEAD'를 적용했습니다. 편광판을 통과하며 손실되던 빛을 줄이면, 같은 밝기를 내는 데 필요한 전력이 줄어듭니다. 둘째는 구동칩입니다. 22나노 공정으로 회로를 더 촘촘하게 설계해, 구동칩 연산에 필요한 전력을 기존 28나노 공정보다 약 30% 줄였습니다. 여기서 두 개의 '30%'는 서로 다른 대상입니다. 하나는 1.5K·165㎐ OLED와 비교한 패널 소비전력, 다른 하나는 28나노 공정과 비교한 구동칩 연산 전력입니다. 두 수치를 합산해 읽을 수는 없습니다.
밝기도 함께 올렸습니다.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 화면을 더 밝게 만드는 고휘도 모드(HBM) 기준 최대 밝기는 2,800니트입니다. 니트는 밝기를 재는 단위입니다. 여기에 최대 1만 니트라는 수치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다만 이 값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화면의 1% 영역만 켜지는 조건에서의 수치입니다. 화면 전체를 밝힐 때의 밝기와는 다른 기준입니다. 이호중 삼성디스플레이 상품기획팀장 부사장은 "고해상도·고주사율과 높은 밝기, 전력 효율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OLED 기술력을 집약했다"며 "고사양 게임에 최적화된 OLED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스펙표에서 밝기 숫자를 볼 때는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같은 패널에서도 고휘도 모드 기준은 2,800니트, 화면 1%만 켜진 조건은 1만 니트로 3배 이상 벌어집니다. 소비전력 수치도 마찬가지입니다. '30% 낮췄다'는 표현은 무엇과 비교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1초에 165번 화면을 새로 그리는 일과, 그만큼 전력을 쓰지 않는 일은 원래 같이 가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그 조건이 어디까지 좁혀졌는지는 이달 출시되는 제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