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기업 세금이 내 세금을 앞지릅니다 216조 7,000억 원. 정부가 내년 한 해 걷을 것으로 내다본 법인세 수입입니다. 14일 재정경제부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이 금액은 같은 해 소득세 전망치 180조 원보다 36조 7,000억 원 많습니다. 기업이 낸 세금이 개인이 낸 세금을 앞서는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입니다. 그런데 불과 3년 전,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재정경제부가 14일 내놓은 국세수입 예산안에서 내년 법인세는 216조 7,000억 원으로 잡혔습니다.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같은 해 소득세는 180조 원, 부가가치세는 91조 4,000억 원으로 전망됐습니다. 세 항목 가운데 법인세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게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정부의 예산안 전망치이며, 실제로 걷힌 실적은 아닙니다.
법인세가 소득세를 앞선 마지막 해는 2012년입니다. 당시 법인세는 45조 9,000억 원으로 소득세보다 1,000억 원 많았습니다. 차이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후 법인세는 2012~2015년 40조 원대에 머물다 2018~2019년 70조 원대로 올라섰고, 2020년에는 55조 5,000억 원으로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오르내림의 폭이 컸다는 뜻입니다.
법인세는 2022년 103조 6,000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불황이 덮치면서 2023년 80조 4,000억 원, 2024년 62조 5,000억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이때 예산에서 전망한 금액보다 세금이 훨씬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했습니다. 2년 만에 41조 원 넘게 줄어든 것입니다. 내년 전망치 216조 7,000억 원은 이 2024년 실적의 약 3.5배에 해당합니다.
정부가 내년 법인세를 크게 늘려 잡은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입니다. 둘째는 세율입니다. 올해부터 세금을 매기는 모든 소득 구간에서 법인세율이 1%포인트씩 올랐습니다. 이 두 요인이 겹치며 법인세는 2025년 84조 6,000억 원, 올해 추경 기준 101조 3,000억 원으로 회복한 뒤 내년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입니다.
법인세와 달리 소득세는 급락한 해가 없습니다. 물가 상승, 근로자 수 증가, 자산가격 상승이 겹쳐 꾸준히 늘어왔기 때문입니다. 2012~2013년 40조 원대에서 2021년 100조 원대로 올라섰고, 2025년 130조 5,000억 원, 올해 136조 8,000억 원을 거쳐 내년에는 180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역전이 일어난 이유는 소득세가 줄어서가 아니라, 법인세가 튀어 올라서입니다.
수출과 성장을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 탓에 세수도 업황에 따라 출렁입니다. 2024년 62조 5,000억 원이던 법인세가 3년 만에 216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은 그 변동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불황으로 세수결손이 나면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고 정책 여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어떻게 쓸지도 과제입니다. 정부는 신설할 미래대응기금을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내년 세금 그림의 가장 큰 변수는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 반도체 업황입니다. 216조 7,000억 원은 확정된 세입이 아니라 정부 예산안의 전망치입니다. 세목별 전망치와 그 근거는 재정경제부가 공개하는 국세수입 예산안에서 항목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법인세 실적이 이 전망에 얼마나 근접하는지, 그리고 미래 대응기금이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