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지 않았는데 억대 고지서가 온다 “은퇴한 조합원이 75%가량인데 집을 판 것도 아닌 상황에서 수억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하동석 신반포21차 조합장이 13일 정비 업계 취재에서 한 말입니다. 집을 처분하지 않았고, 손에 들어온 돈도 없습니다. 그런데 재건축으로 올랐다고 계산된 이익에 대한 부담금 고지서가 곧 날아올 수 있습니다. 이 단지 한 곳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3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총 5개 단지에 순차적으로 부과할 계획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생긴 초과 이익 중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로, 줄여서 재초환이라고 부릅니다. 부과 순서는 반포현대(반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가 첫 번째입니다. 이어 신성빌라(방배 센트레빌 인더포레), 신반포18차(오티에르 신반포), 신반포21차(오티에르 반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가 대상입니다. 부과 계획이 실제 고지서로 바뀌는 단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반포현대가 첫 순서인 이유는 시간입니다. 이 단지는 2021년 7월 준공됐고, 재초환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인 제척기간이 올해 말 만료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자치구는 부과 권한 자체를 잃습니다. 서초구가 연내에 부과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배경입니다. 범위를 서울 전체로 넓히면 규모가 달라집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재초환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인 재건축 단지는 총 46개입니다. 예상 부담금 총액은 약 2조 2,000억 원, 조합원 1인당 평균 예상 부담금은 1억 2,174만 원입니다. 아직 확정 금액이 아니라 부과 예정 규모입니다.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집값이 오른 만큼 전부를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오른 값에서 ‘정상 주택 가격 상승분’을 뺀 나머지를 초과 이익으로 봅니다. 재건축을 하지 않았더라도 시장 전체가 오른 만큼은 빼주겠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 상승분을 무엇으로 계산하느냐입니다. 현행 기준은 주택가격동향조사입니다. 조합들은 이 방식이 실제 시장 상승분을 과소 반영한다고 주장합니다. 빼주는 금액이 작게 잡히면, 남는 초과 이익은 그만큼 커집니다. 그래서 실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실거래가격지수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합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논거는 시점입니다. 부담금은 새 아파트가 완성된 뒤 계산되지만, 조합원 다수는 그 집에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집을 팔아 차익을 손에 넣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현하지 않은 이익에 세금 성격의 부담금을 매긴다는 반발입니다. 여기에 부담 능력 문제가 겹칩니다. 신반포21차의 경우 조합장 설명에 따르면 조합원의 약 75%가 은퇴자입니다. 고정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수억 원대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조합들은 실제 부과 처분이 나오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순복 반포현대 조합장은 “실제 억대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이 나오면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동석 신반포21차 조합장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실제 부과까지 간다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조합들은 부담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국회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한 발 더 나아가 폐지를 요구합니다. 전재연 관계자는 “재초환은 정비사업을 위축시켜 주택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라며 “폐지가 맞지만 안 되면 법과 지침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과와 소송이 현실화하면 정비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옵니다.
지금은 부담금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라 부과가 예정된 단계입니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라면 두 가지를 확인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하나는 본인 단지의 준공 시점과 제척기간입니다. 부과 권한이 언제까지 살아 있는지가 실제 고지 시점을 좌우합니다. 다른 하나는 예상 부담금 산정 내역입니다. 오른 값에서 정상 주택 가격 상승분을 얼마로 빼주었는지가 금액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오는 곳은 반포현대입니다. 제척기간이 올해 말 끝나기 때문에, 연내에 고지서가 나가는지가 나머지 45개 단지를 가늠하는 첫 기준점이 됩니다. 집을 팔지 않은 은퇴 조합원에게 억대 고지서가 실제로 도착할지, 그 답이 몇 달 안에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