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투기적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담은 문장입니다. 질문은 이랬습니다. 장기간 실제로 살지 않은 재건축 주택을 보유한 것도 투기로 볼 수 있느냐. 후보자는 철거와 멸실이 불가피한 재개발·재건축 주택에 한해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비거주 1주택자의 세금 문턱이 막 낮아진 직후에 나왔습니다.
13일 국회에 제출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당초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복원됐습니다. 기본공제는 집값 중 이 금액까지는 종부세를 매기지 않는 구간을 말합니다. 문턱이 3억 원 올라간 셈입니다.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모든 비거주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거주용 1주택은 최대한 보호하되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과세 정상화를 추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살지 않는 집에 더 무겁게 매기는 원칙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뜻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복원'이라는 단어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한때 9억 원으로 설정됐고, 이번에 12억 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후보자 발언은 그 복원이 끝난 다음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국회 세법 심의 과정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숫자가 한 번 움직인 뒤, 그 방향을 더 밀어붙일 여지가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후보자는 현재 비거주 1주택자입니다. 2009년 매입한 과천 아파트를 17년 이상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거주 기간은 약 4개월입니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멸실됐습니다. 멸실은 건물이 철거돼 등기상 존재가 사라진 상태를 말합니다. 집이 없어졌으니 살 수가 없습니다.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배경입니다. 후보자가 "철거와 멸실이 불가피한" 경우로 범위를 좁혀 말한 이유도 여기서 읽힙니다.
후보자는 불가피한 비거주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인정할 사유는 앞으로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탄력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시행령은 법을 고치지 않고 정부가 바꿀 수 있는 규정입니다. 법에서 거주·비거주를 차등하는 원칙은 그대로 두면서도, 예외 목록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제 세 부담을 조정할 수 있는 통로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추가 완화의 핵심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지입니다. 거론되는 방안은 몇 가지입니다.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로 유지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를 계산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입니다. 이 비율이 낮으면 과세 기준 금액도 낮아집니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합산 18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 2029년으로 예정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의 12억 원 공제 한도를 실거주와 같은 14억 원까지 올리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하나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복원됐다는 사실입니다. 그 위에 거론되는 18억 원, 60%, 2029년 같은 숫자들은 아직 검토 단계이거나 관측 수준입니다. 확정된 숫자와 거론되는 숫자를 구분해 두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 적용 범위가 정해지는 자리는 두 곳입니다. 국회 세법 심의와, 그 뒤의 시행령 개정입니다. 후보자가 "탄력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한 예외 사유 목록이 어디까지 늘어나는지가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4개월과 17년의 격차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답도, 결국 그 목록에 적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