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구의 근로시간, 노사정 테이블로 “특례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기업과 우려를 제기하는 노동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6년 9월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한 말입니다.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법은 법안 강행이 아니었습니다. 노와 사를 한자리에 불러 앉히는 것, 이른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였습니다.
15일 고용노동부 브리핑에 따르면 김영훈 장관은 “정부는 메가 특구 특별법 노동 특례에 대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메가 특구 특별법에 담길 노동 특례를 논의하기 위해 정부가 노사에 공식으로 제안한 것입니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여러 노동 현안을 한꺼번에 다루는 방식이 아닙니다. 특정 의제 하나만 집중해서 논의하기 위해 노동자·사용자·정부가 참여하는 한시적 대화체입니다. 이번에 테이블에 올라가는 의제는 반도체 특구 특별법의 노동 특례 한 건입니다.
이 제안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9월 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노동 특례 문제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로부터 12일 뒤, 주무 부처 장관이 브리핑을 열고 이를 공식 제안으로 확정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구두 제안이 부처의 공식 제안으로 옮겨오는 데 걸린 시간이 약 2주였습니다.
메가 특구법의 노동 특례로는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고소득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정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늘리는 방안입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정해진 정산기간 안에서 근로시간을 스스로 배분하는 제도입니다. 정산기간이 길어지면 특정 주에 몰아서 일하고 다른 주에 줄이는 폭이 그만큼 커집니다. 쟁점이 임금이나 고용이 아니라 ‘하루에, 한 주에 몇 시간 일하는가’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근거로 특례를 요구해왔습니다. 연구개발과 생산 일정에 맞춰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노동계는 특례 도입에 반대해왔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확대하고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즉 정부가 대화를 제안한 상대 한쪽은, 의제 자체에 반대해온 당사자입니다. 노동계를 설득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이번 대화의 관건으로 꼽히는 배경입니다.
김 장관은 대화의 범위를 특례에만 묶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동 특례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사가 제안하는 사항이라면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노사가 참여하는 이 대화에 대해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해당사자가 직접 논의하는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례를 논의 대상으로 올리는 대신, 건강권 등 노동계가 제기할 사안도 같은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9월 15일 시점에서 확정된 것은 특례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노사정이 함께 논의하겠다는 제안입니다. 고소득 근로자 근로시간 규정 적용 제외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는 모두 “거론되고 있는” 방안입니다. 반도체 업종에서 일하거나 관련 산업에 있다면,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노동계가 이 대화 제안을 받아들이는지, 특례 적용 대상이 되는 ‘고소득 근로자’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리고 건강권 보호 방안이 특례와 함께 다뤄지는지입니다. 장관이 말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는지는 그 세 가지에서 먼저 드러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