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종가는 691엔이었습니다. 그런데 1000엔에 사겠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45% 더 얹은 값입니다. 9월 15일, MBK파트너스가 일본 임대주택 관리업체 레오팔레스21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지분 확대가 아니라 회사를 증시에서 내리는 것입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날 일본 히카리통신, NEC캐피털솔루션즈 계열사와 함께 레오팔레스21 공개매수에 들어갔습니다. 공개매수는 주식을 사겠다는 가격과 기간을 미리 공개하고 주주들에게 직접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제시 가격은 주당 1000엔으로, 전날 종가 691엔보다 45% 높습니다. 기간은 다음 달 말까지입니다. 공개매수가 성립하려면 발행주식의 48.56%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조건이 채워지면 레오팔레스21은 내년 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스스로 상장을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갑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MBK는 이달 10일에도 일본 상장사 셰어링테크놀로지의 공개매수를 시작했습니다. 수리·청소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총 인수 규모는 약 370억 엔입니다. 목적 역시 경영권 인수와 자진 상장폐지로 같습니다. 닷새 사이 일본 상장사 두 곳에 공개매수를 걸었고, 두 건 모두 회사를 증시 밖으로 데려가는 구조입니다.
이번 인수는 세 회사가 함께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이뤄집니다. 인수만을 위해 만든 별도 법인입니다. 지분은 히카리통신이 34%, MBK와 NEC캐피털솔루션즈 측이 각각 33%씩 나눠 갖습니다. 어느 한쪽도 과반을 쥐지 않는 구조입니다. 투입 자금은 최대 2676억 엔, 우리 돈 약 2조 3400억 원으로 전망됩니다. MBK 내부에서는 일본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이 이 투자를 맡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이나 경영권 분쟁처럼 특수한 상황에 놓인 기업에 투자하는 조직입니다.
인수 대상의 이력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레오팔레스21은 2018년 시공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규 수주를 중단했습니다. 2020년에는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자본잠식은 그동안 쌓인 손실이 주주들이 넣은 자본을 깎아먹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후 미국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쳤고, 2025회계연도부터 약 6년 만에 부동산 개발사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실적이 정상화 궤도에 올라선 시점에 인수 제안이 들어온 셈입니다.
김병주 MBK 설립자 겸 파트너는 지난해 연차총회에서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을 직접 밝혔습니다. "현재 아시아 시장 중에서 일본이 지배구조 개혁과 사업 재편 흐름에 힘입어 가장 역동적이고 활발한 M&A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바꾸고 사업을 정리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사고팔 수 있는 매물이 늘었다는 진단입니다. 셰어링테크놀로지와 레오팔레스21은 그 진단이 실제 거래로 옮겨진 사례입니다.
공개매수는 정해진 기간과 조건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이번 건의 조건은 주당 1000엔, 다음 달 말까지, 최소 48.56%입니다. 이 물량이 모이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성립하면 내년 초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됩니다. 45%라는 프리미엄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조건이 충족되는지와 그 이후 일정까지 함께 봐야 하는 구조입니다. 691엔과 1000엔 사이의 309엔은, 회사를 증시에서 데려가는 값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