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상한가 1784원, 18일에 다시 정해집니다 "당장은 한국을 향하고 있는 유조선들이 문제없이 한국에 입항하겠지만, 중동 물류 경색이 장기화하면 한 달 뒤 수급 상황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정부는 9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었습니다. 중동 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까지 번졌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부는 14일 문신학 차관 주재로 '원유 수급 상황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임원이 참석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9~10월은 전년 대비 90% 이상 수준의 원유 수입 물량을 확보해 당장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선적 지연과 피해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8월 7일 배럴당 80.8달러였습니다. 9월 11일에는 123.7달러가 됐습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제품 가격은 더 빠릅니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국제 가격은 11일 배럴당 147.9달러로 한 달 전보다 26.8% 올랐습니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같은 기간 15.2% 뛰었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의 페림섬과 모카항을 점령했습니다. 두 곳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요충지입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마저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을 받고 멈췄습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 항해가 어려워진 뒤에도 이 파이프라인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매일 500만 배럴 안팎을 수출했습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입니다. 유조선이 얀부항에서 바브엘만데브를 피해 수에즈 운하로 돌아가면 운항 기간이 30일가량 더 필요합니다. 한국은 올해 1~7월 사우디에서 160억 4600만 달러의 원유를 들여왔습니다. 전체의 31.3%, 국가별 1위입니다.
정부는 대체 원유 도입을 돕는 원유 운임 차액 지원 비율을 100%까지 올렸다가 25%로 낮춰 둔 상태였습니다. 이제 다시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미주·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서 원유를 확보하기 쉽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마찬가지입니다. 3월 13일 도입 당시 전제는 6개월 시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계산이 어긋났습니다.
액화천연가스 수입에서 중동 비중은 작아 당장 수급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가격이 원유에 연동됩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올 때 적용하는 1㎾h당 전력도매가격(SMP)은 올해 초 100원 초반대에서 7월 133원, 8월 147.88원으로 올랐습니다. SMP가 146원을 넘으면 한전이 영업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국제 LNG 가격은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겨울철 난방수요까지 겹치면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9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9월 18일 종료됩니다. 업계는 정부가 한 차례 더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제품별 최고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지금 시장에 적용되는 ℓ당 상한은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입니다. 18일 전후 발표를 확인하면 다음 달 주유소 가격의 천장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사우디 송유관 재개 현황을 지속 점검하고 수에즈 운하 우회 항로를 지원하는 등 가용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국제 유가뿐 아니라 중동 국가의 공식 판매 가격, 유조선 용선료, 정부·민간 비축량까지 한 번에 보는 '석유 수급 안정화 진단지표' 개발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입니다. 지금 항해 중인 배는 도착합니다. 문제는 그다음 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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