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교역 상대가 '함께 만드는 나라'로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첨단기술·투자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자."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2026년 9월 15일 서울에서 한 말입니다. 그 자리에는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약 170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동안 두 나라 사이의 주된 단어는 '수출'과 '수주'였습니다. 이번에는 '공동 생산'이 앞에 놓였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13일 국빈 방한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입니다. 한국 측에서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이영준 롯데케미칼 총괄대표, 류두형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정무경 고려아연 사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금융과 건설, 화학, 중공업 분야 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두 나라는 1992년 수교 이후 자동차와 섬유, 전자,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이어왔습니다. 올해로 34년째입니다. 2019년에는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습니다. 최근 달라진 것은 협력 목록 자체입니다. 핵심광물 공급망과 AI 전환, 첨단제조, 신재생에너지가 새 항목으로 올라왔습니다. AI 전환은 인공지능을 산업 전반에 적용해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축이 옮겨간 이유는 서로 가진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자원이, 한국에는 제조·기술 역량과 투자 여력이 있습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관계에서는 이 둘이 한 사업 안에서 만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원료를 확보하고 현지에서 함께 만드는 구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광물은 공장의 입구이고, AI와 첨단제조는 그 안의 공정입니다. 협력의 단위가 '거래'에서 '설비'로 커지는 것입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것은 우즈베키스탄이 제안한 '한·우즈베키스탄 산업기술동맹'입니다. 양국의 기술·자원·투자 역량을 하나로 묶어 산업과 에너지는 물론 AI와 반도체, 바이오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틀입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제안 단계입니다. 창설 시기나 참여 방식은 이번 포럼에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성사된 것은 핵심광물, AI·디지털 기술, 개발협력·인프라 분야의 업무협약 5건이며, 모두 양국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의 협약입니다.
한경협은 이번 포럼이 "양국 간 협력을 단순 교역에서 공동 생산과 투자 중심으로 확장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회'라는 단어에 무게가 있습니다. 업무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력 약속이고, 개별 기업의 수주나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발언을 겹쳐 보면, 이번 자리에서 정해진 것은 사업 자체가 아니라 사업이 지나갈 통로입니다.
앞으로 나올 발표를 읽을 때는 세 단어를 보면 됩니다. 핵심광물, AI·디지털, 인프라. 이번에 체결된 업무협약 5건이 놓인 분야이고, 후속 사업이 나온다면 이 범위 안에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는 '산업기술동맹'이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지입니다. 제안에서 창설로 넘어갔는지가 협력의 단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포럼과 협약 내용에 관한 문의는 한국경제인협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34년 동안 사고팔던 두 나라가 이제 같은 생산 라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