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를 찬 채, 26건이 반복됐습니다 지난 1일 경기 광주에서 60대 여성이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앞서 가정폭력을 네 차례 신고해 스마트워치를 받았고, 112 시스템에 등록돼 별도 관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날 스마트워치로 신고한 지 3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이미 흉기에 찔린 뒤였습니다. 이 사건은 예외가 아닙니다.
15일 채현일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피해자가 살인·살인미수 범죄를 당한 사례는 모두 2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살인이 15건, 살인미수가 11건이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피해자가 살해된 사건이 3건 발생했습니다. 스토킹·가정폭력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는 사이인 '관계성 범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연도별 사건은 2022년 8건, 2023년 1건, 2024년 5건, 지난해 9건이었습니다. 한 해 1건까지 줄었다가 다시 최다 수준으로 돌아온 흐름입니다. 같은 기간 스마트워치 지급은 계속 늘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급 건수는 2022년 1만 4,208건에서 지난해 2만 1,974건으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7월까지 1만 5,209건이 지급됐습니다. 보호 장비는 확대됐지만, 사망 사건은 함께 줄지 않았습니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위치정보가 경찰에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계획적으로 준비된 범행이나 짧은 시간 안에 끝나는 범행에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지난 7월 경기 성남에서 과거 교제했던 50대 남성에게 보복 살해된 60대 여성도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도 경찰은 신고 접수 후 3분 안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스토킹 피해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해자에게 살해됐습니다.
가해자의 접근을 직접 제한하는 조치는 법원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3호의2 신청은 2024년 325건에서 지난해 862건, 올해 상반기 1,537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법원 인용률은 각각 32.6%, 37.2%, 33.2%로 30%대에 머물렀습니다.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는 올해 상반기 1,710건이 신청됐지만, 실제 인용은 391건(22.9%)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분리 조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워치가 '궁여지책'으로 쓰인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관계성 범죄 신고는 2021년 31만 6,542건에서 지난해 47만 5,637건으로 4년 새 50.3% 늘었습니다. 스토킹 신고는 1만 4,509건에서 4만 4,687건으로 3배 이상, 교제 폭력 신고는 5만 7,305건에서 10만 5,327건으로 83.8% 증가했습니다. 이 사건들을 맡는 경찰 여성청소년 기능 인력은 2024년 말 기준 3,730명으로, 형사 기능 인력 1만 8,285명의 약 5분의 1입니다.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함께 해야 해 사건 한 건에 드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위험성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우선 가해자를 구금해 피해자가 거처를 옮기는 등 안전 계획을 세울 시간을 확보한다"며 "석방 이후에는 전자장치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동선을 추적한다"고 말했습니다. 분리 조치를 결정할 때 범죄 결과뿐 아니라 재범 위험성을 신속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채현일 의원은 "피해자 보호조치가 '사후약방문'에 머물지 않으려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전 예방에 방점을 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CCTV 설치나 민간 경호처럼 스마트워치 외의 보호조치를 늘리기 위해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스마트워치는 위험을 알리는 수단이지, 접근을 막는 수단이 아닙니다. 신변 보호조치에는 CCTV 설치와 민간 경호 지원도 있습니다. 민간 경호 지원은 2023년 98건에서 지난해 11월 384건으로 약 4배 늘었습니다.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도 2021년 2만 4,810건에서 지난해 11월 3만 2,000건을 넘었습니다. 경찰은 올해부터 성평등가족부와 상담기관 등과 피해자를 공동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연계율은 30%를 밑돕니다. 상담과 치료는 전문기관이 맡을 수 있어도, 신변 안전과 직결된 보호조치는 여전히 경찰의 몫입니다. 광주의 피해자는 네 번 신고했고, 경찰은 3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신고 이후가 아니라 신고 이전입니다.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는 112로 신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