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연중 가장 바쁜 달이 됐다 화장품을 개발해 브랜드에 납품하는 코스맥스의 2026년 7월 생산량은 약 8622만 개였습니다. 2021년 7월(2890만 개)의 약 3배입니다. 7월은 오랫동안 화장품 업계의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혔던 달입니다. 지금은 1년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달이 됐습니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누던 기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코스맥스는 화장품 ODM 업체입니다. 브랜드의 의뢰를 받아 제품 기획과 개발부터 생산까지 맡아 납품하는 방식입니다. 이 회사의 2026년 7월 생산량 약 8622만 개는 월간 기준 그해 최고치였습니다. 수출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6년 7월 화장품 수출액은 10억 9719만 달러, 약 1조 4769억 원으로 월간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만드는 쪽과 파는 쪽의 정점이 한여름에 겹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선물 수요와 보습 제품 수요가 몰리는 11~12월, 그리고 상반기 신제품 생산이 본격화되는 2분기를 성수기로 봅니다. 그런데 코스맥스의 2026년 1분기 생산량은 약 1억 7247만 개로, 연말 특수가 반영된 2025년 4분기(1억 4875만 개)의 116%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에는 1분기 생산량이 전년 4분기의 91% 수준에 그쳤습니다. 연말이 지나면 이듬해 초에 생산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계절성이 4년 만에 뒤집힌 셈입니다.
수출 흐름에서도 같은 변화가 확인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25억 6008만 달러, 약 3조 4402억 원으로 2025년 4분기(24억 1695만 달러)보다 5.9% 많았습니다. 1년 전에는 달랐습니다. 2025년 1분기 수출액은 전년 4분기의 91.1%에 머물렀습니다. 연말 이후 판매가 둔화되는 패턴이 한 해 만에 눈에 띄게 약해진 것입니다.
7월의 위치 변화는 더 뚜렷합니다. 코스맥스의 월별 생산량 순위에서 7월은 2021년 5위, 2022년 8위였습니다. 2023년 처음 1위로 올라선 뒤 2025년 2위, 2026년 다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액 순위도 비슷합니다. 2023년 7월 수출액은 5억 3974만 달러로 그해 11위였지만, 2024년 6억 8471만 달러로 8위, 2025년 8억 540만 달러로 4위까지 올라섰습니다. 2026년 6월과 7월 생산량을 합치면 1억 6344만 개로, 2021년 한 해 전체 생산량(3억 2911만 개)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업계는 두 가지를 배경으로 봅니다. 하나는 K뷰티의 해외 확산입니다. 국내가 여름인 시기에 남반구 등 다른 지역에서는 겨울 상품 수요가 발생합니다. 판매 지역이 넓어질수록 계절에 따른 수요 편차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는 제품군 세분화입니다. 피부 고민과 생활 방식에 맞춘 제품이 늘면서, 특정 계절에 수요가 몰리는 상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로 국내 화장품 생산 품목 수는 2022년 12만 7656개에서 2025년 14만 5360개로 늘었습니다.
계절 상품의 대표 격이던 선케어에서 변화가 가장 잘 보입니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에 집중적으로 팔리던 제품이지만, 최근에는 사계절 쓰는 기초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코스맥스 선케어 제품군의 매출 최고월과 최저월 격차는 2021년 6.6배에서 2022년 5.1배, 2023년 2.4배, 2024년 2.0배로 낮아졌고 2026년에는 1.6배까지 줄었습니다. 4년여 만에 4분의 1 수준입니다. 비수기 매출이 조금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수요가 몰리는 시점 자체가 흩어진 것입니다.
개별 기업 숫자도 같은 방향입니다. 에이피알의 2025년 3분기 화장품·뷰티 부문 매출은 2723억 원으로 2분기(2271억 원)보다 19.9% 많았습니다. 2023년에는 2분기 매출(1026억 원)이 3분기(1013억 원)를 소폭 웃돌았지만, 2024년부터는 3분기가 2분기를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2023년에는 2분기 매출 9454억 원이 3분기(8888억 원)보다 많았지만, 2025년에는 3분기 매출 1조 170억 원이 2분기(1조 50억 원)를 넘어섰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절별 대표 상품에 따라 생산과 판매량 차이가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품목 수요가 연중 이어지면서 성수기와 비수기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제품이 특정 시즌에만 쏟아지던 구조가 옅어졌습니다. 상반기 신제품 시기를 기다렸다가 고르던 방식의 효용이 예전보다 줄어든 셈입니다. 선케어도 여름 한철 상품이 아니라 연중 판매되는 기초 제품으로 분류가 바뀌었습니다. 화장품 기업의 성적을 볼 때도 2분기와 3분기 중 어느 쪽이 성수기인지 단정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한여름 7월에 생산과 수출이 동시에 연중 최고치를 찍은 2026년의 숫자가 그 변화의 기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