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보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다음달 이사회에서 잔여 주주환원 재원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먼저 배정하는 안건을 의결하라는 내용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90조~110조 원을 쓰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30조 원은 3분기 현금배당에 배정할 계획입니다. 이를 제외한 잔여 재원이 중앙값 기준 약 63조 원입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이 63조 원의 사용 순서를 바꾸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제안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에 한해 매입한다는 것, 그리고 매입한 주식을 즉시 소각한다는 것입니다. 시한은 올해 12월 말입니다. 순서도 정해뒀습니다. 우선주 매입·소각에 먼저 재원을 넣고, 남는 금액을 현금배당에 투입하라는 요구입니다. 배당을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라, 배당보다 소각을 앞에 두자는 주장입니다. 다음달 이사회가 첫 분기점이 됩니다.
왜 보통주가 아니라 우선주일까요. 라이프자산운용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법은 금융 계열사가 같은 기업집단 내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합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합치면 정확히 한도선입니다. 회사가 보통주를 사서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고, 가만히 있어도 두 계열사의 지분율은 올라갑니다. 라이프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지분 한도를 맞추기 위해 초과분을 매도해야 할 수 있다"며 "반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제약이 없어 매도가 자유롭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손에 들어오는 현금배당이 더 확실해 보입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의 반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량입니다.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싸기 때문에, 같은 재원으로 보통주 1주 대신 우선주 1.36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둘째는 지속성입니다. 우선주 수가 줄어들면 보통주 주주가 받는 주당배당금도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현금배당은 그해 한 번으로 끝나지만, 소각으로 줄어든 주식 수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는 운용사가 제시한 주장이며, 소각 효과의 크기는 매입 가격과 물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공동대표는 "우선주 소각은 그동안 보통주 소각을 가로막은 지배구조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도 같은 재원으로 주주가치를 더 크게, 영구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서한은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을 한 번에 풀자는 제안입니다. 다만 제안한 쪽은 지분을 보유한 운용사이고, 결정하는 쪽은 삼성전자 이사회입니다. 이 제안이 다음달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켜볼 지점은 두 개입니다. 다음달 삼성전자 이사회가 잔여 재원 63조 원의 배분 방식을 어떻게 의결하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현금배당 중심인지 자기주식 소각 중심인지입니다.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소각 결정은 공시 대상이므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회사명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달 9일 벌어져 있던 26.7%의 가격 차이는, 이번 제안에서 문제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근거로 쓰였습니다. 이사회가 이 숫자를 어떻게 읽는지가 다음달에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