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만 종에서 하루, AI가 찾은 탈모약 후보 "화학물질 42만 종을 탐색해 단 하루 만에 탈모약 후보물질을 찾아냈습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이 14일 기조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연구자가 손으로 하던 후보물질 탐색을 AI가 대신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건 한 번의 성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14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콘서트 2026'에서 LG AI연구원은 신소재 분석 특화 AI 모델 '엑사원 디스커버리'의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LG생활건강과 함께 42만 종의 물질 가운데 탈모 치료에 적합한 신약 후보물질 '람시딜'을 하루 만에 발굴했다는 내용입니다. 임 원장은 "람시딜은 두피 세포를 활성화하고 에너지 대사를 높일 수 있는 후보물질로 나타났다"며 "현재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소재 개발은 수십만 종의 후보물질을 반복해 실험하며 용도에 맞는 물질을 골라내는 과정입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분자 구조 데이터를 학습해, 연구자가 수작업으로 수행하던 이 탐색 단계를 대체합니다. 개발 기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LG AI연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연내 'AI 자율실험실'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율실험실은 엑사원 디스커버리에 실험 설계와 결과 분석을 맡는 AI 실험실 특화 모델, 실제 시료를 다루는 로봇팔 같은 하드웨어를 결합한 플랫폼입니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실험 설계·수행·분석까지 AI가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LG화학과 GS칼텍스가 협력사로 참여합니다. GS칼텍스는 엑사원 디스커버리로 진행해온 데이터센터용 냉매 개발 연구에 자율실험실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자율실험실의 목표는 모든 실험을 자동으로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한세희 LG AI연구원 머티리얼스인텔리전스랩장은 "자율실험실은 모든 실험을 수행하는 대신 우선 확인할 가치가 높은 실험부터 제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소한의 실험으로 빠르게 탐색할 수 있어 연구자들은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제조·금융 분야에 특화한 '전문가 AI' 모델도 공개됐습니다. 제조 분야의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는 카메라로 제품과 부품의 결함을 찾아내는 품질검사 모델입니다. 기존 품질검사 AI는 수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해야 하고, 제품 외관이나 부품이 바뀌면 다시 학습해야 했습니다. 옴니 인스펙트는 최대 수천 장만 학습하면 되고 제품이 바뀌어도 재학습이 필요 없습니다. LG AI연구원은 이 모델을 연내 실제 제조 공정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엑사원 포캐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원유 가격 예측 실증을 진행해 98.55%의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증은 실제 환경에서 해보는 시범 검증을 뜻합니다. 이 모델은 8000여 개 주식 종목을 분석하는 금융 에이전트 '엑사원 BI'에도 적용돼 성능 고도화에 쓰이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이 로봇 분야에서 준비하는 것은 '월드 모델'입니다. 사람의 행동을 학습해 모방하는 기존 행동 모델을 넘어, 로봇이 물리 세계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익히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임 원장은 "사람이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물리법칙을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 지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투입할 차기 모델 'K엑사원 3.0' 출시도 예고했습니다. 42만 종을 하루에 훑어낸 그 모델이, 다음에는 실험실 문을 스스로 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2026년 9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