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다음 달부터 판매자들의 상품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직접 제작할 방침입니다. 그동안 쿠팡은 인플루언서 등 '쿠팡 파트너스'가 만든 영상이 잘 퍼지도록 돕는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남이 만든 영상을 나르던 플랫폼이, 만드는 쪽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셈입니다. 영상과 예능, 공연을 앞세워 상품을 파는 이른바 콘텐츠 커머스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홈쇼핑에서 한발 앞서 나타났습니다. GS샵은 2023년 말 홈쇼핑업계 처음으로 숏폼 서비스 '숏픽'을 내놨습니다. 초기에는 담당자 1명이 하루 평균 6개를 만들었지만, 2025년 10월 인공지능을 도입한 뒤로는 하루 최대 15개까지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2026년 6월 기준 GS샵에서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숏픽 콘텐츠는 1,700개를 넘었습니다. 롯데홈쇼핑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월간 숏폼 제작량을 기존 대비 30배 이상 늘렸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만들기 쉽고, 짧은 시간에 상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검색해서 찾아온 사람에게 파는 게 아니라, 살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 먼저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구매로 이어지는 짧은 영상 시장이 2025년 652억 달러에서 2036년 3,795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1년 사이 약 5.8배 규모입니다. 다만 이는 조사업체의 추정치입니다.
성과는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롯데홈쇼핑에서 숏핑을 통한 상품 주문 건수는 2026년 1~8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배 늘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고객층입니다. 숏핑의 20·30대 고객 비중은 같은 회사 TV홈쇼핑보다 약 10% 높게 나타났습니다. TV 앞에 앉지 않던 세대가 같은 상품을 30초 영상으로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짧은 영상으로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데 익숙한 고객의 소비 방식에 맞춰 콘텐츠의 편의성과 흥미를 높인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습니다.
CJ온스타일은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다이나믹 듀오, 김창옥 등과 협업해 공연·예능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다시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합니다. 2026년 상반기 CJ온스타일에서 숏폼을 통해 주문된 모바일 상품은 300만 개를 넘었습니다. 외부 숏폼을 통해 들어온 모바일 앱 순방문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배, 모바일 주문액은 3.2배 늘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단순히 상품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K팝과 유튜브 예능·캐릭터·스포츠·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IP와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관심을 만들고 이를 구매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앱에서 흘러나온 30초 영상은, 내가 찾아간 상품이 아니라 나에게 먼저 온 상품입니다. 유통업계가 밝힌 숏폼의 강점 자체가 "구매 계획이 없던 고객에게 먼저 상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미있게 본 영상과 지금 필요한 물건이 같은 것인지, 결제 전에 한 번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60분 방송이 30초로 줄어든 대신, 판단할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