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가 찾는 건 돈이 아니라 파트너였다 "아부다비에서 뻗어나가 아프리카·중동·유럽까지 확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 9월 16일 서울 강남 JW메리어트 서울. 라셰드 압둘카림 알 블루시 아부다비 글로벌마켓 등록청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업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통상 중동에서 온 투자 설명회라면 "우리에게 투자해 달라"는 요청이 앞섭니다. 이날의 메시지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함께 나가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날 열린 행사의 이름은 '아부다비 투자포럼 서울 2026(ADIF Seoul)'입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한국에서 개최한 첫 공식 행사입니다. 아부다비 경제개발부(ADDED)와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GA) 등 아부다비 측 공공·민간 기관 88개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재정경제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리고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대우건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게임즈 등 민간 기업이 대거 자리했습니다. 이날 양국 기업 간 체결된 업무협약(MOU)은 총 7건입니다.
블루시 CEO가 방한 이유로 꼽은 것은 "관계의 확대"였습니다. 그는 "한국과 UAE 관계는 1970년부터 이어져온 오래되고 강력한 관계가 있는데 이를 민간까지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나라의 인연은 반세기를 넘었지만, 그 무대는 주로 정부와 국책 사업이었습니다. UAE가 한국에서 처음 여는 행사를 투자포럼으로 잡고, 한국 기업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일정은 그 축이 기업 대 기업으로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아부다비 글로벌마켓은 아부다비에 있는 국제 금융 자유구역입니다. 특이한 점은 법입니다. 블루시 CEO는 "UAE는 자체적 민법을 따르지만 아부다비 글로벌마켓 만큼은 영미 관습법을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영미 관습법은 영국과 미국에서 발전한 법 체계로, 국제 계약과 분쟁 해결에서 세계 기업들이 익숙하게 쓰는 기준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는 싱가포르처럼 제한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금과 에너지 인프라만이 아니라, 계약을 다툴 때의 규칙까지 묶어 내세운 셈입니다.
이날 설명의 무게는 자금 유치가 아니라 역할 분담에 있었습니다. 블루시 CEO는 아부다비의 자금과 투자 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과 함께 투자해 나가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UAE가 중요하게 보는 인공지능(AI)·헬스케어·관광·제조 부문을 가장 잘 발전시킨 국가로 한국을 평가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역량이 '아부다비의 석유로부터 다변화'라는 경제 비전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산유국이 석유 밖으로 나가려는 계획에 한국을 끼워 넣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구체적으로 나온 항목은 데이터센터였습니다. 블루시 CEO는 "AI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수이기 때문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아부다비에 설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한국 기업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직 사업지와 규모, 참여 기업이 확정된 단계는 아닙니다. 구상 단계에서 파트너를 먼저 찾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한국 참여 명단이 그대로 힌트입니다. 건설, 자산운용, 보험, 모빌리티, 게임 기업이 함께 앉았습니다. 아부다비가 원하는 협력 분야가 인프라 시공 한 갈래가 아니라 AI·헬스케어·관광·제조로 넓게 걸쳐 있다는 뜻입니다. 해외 진출을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아부다비를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아프리카·중동·유럽으로 가는 중간 거점으로 보는 관점이 이날 제안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거점에서는 UAE 본토와 다른 법이 적용됩니다. 계약서를 쓸 때 어느 법을 따르게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개발할 한국 투자 파트너 찾는다”…아부다비, 韓 기업 7곳과 MOU [시그널]](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16/news-p.v1.20260916.43bf554053b841658eceabcc25ed5196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