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경영진은 최근 노조 집행부를 만나 올해 영업이익을 최대 370조 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원·달러 환율 1,350원대를 적용한 추산입니다. 이 370조 원은 성과급 재원을 빼고 계산한 숫자입니다. 성과급 비용까지 포함하면 DS 부문 영업이익은 400조 원을 넘어섭니다.
같은 회사가 넉 달 전에 말한 숫자는 달랐습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5월 임금·단체협상 당시 회사가 거론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00조 원이었습니다. 6월 DS 부문 경영설명회에서는 330조 원이 제시됐습니다. 5월 → 6월 → 9월을 이으면 300조, 330조, 최대 370조입니다. 이미 확정된 실적도 같은 방향입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05조 3,729억 원, 영업이익은 146조 7,252억 원이었습니다.
숫자가 올라간 배경은 메모리 가격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은 두 갈래로 봅니다. 제조사와 대형 구매자가 월 단위로 맺는 계약 가격이 고정거래가, 그때그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값이 현물가입니다. 서버용 DDR5 64GB 모듈 현물가는 최근 한때 3,100달러를 넘어 8월 말 기준 고정거래가 1,500달러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범용 제품도 오름세입니다. 8월 말 기준 D램 고정거래가는 25달러, 낸드플래시는 30.5달러로 각각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전망을 크게 올렸지만 시장 눈높이를 넘어선 것은 아닙니다. 증권 업계가 내놓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최근 1개월 기준 375조 7,000억 원으로, 회사 내부 추정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실적 전망치를 통상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I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실제 이익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쏠림도 함께 봐야 합니다. 상반기 기준 모바일·TV 등 DX 부문 매출은 100조 원을 넘지만,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DS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합니다.
가격이 왜 계속 오르는지는 창고 사정에서 드러납니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메모리 3사의 재고가 최근 10일 미만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메모리 부족이 내년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는 업계 관계자의 전망이며, 확정된 수급 통계는 아닙니다.
메모리 흐름을 따라가려면 두 가격을 나란히 보면 됩니다. 현물가는 지금 시장의 수급을, 고정거래가는 월 단위 계약에 반영된 결과를 보여줍니다. 현재는 서버용 DDR5 모듈 현물가가 고정거래가의 두 배를 웃도는 상태입니다. 리드에서 본 3,100달러라는 가격표가 결국 회사 내부 문서의 숫자를 넉 달 만에 70조 원 움직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