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공장이 멈춘 닷새 16일 오전 7시,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과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의 라인이 섰습니다. 예고된 파업 시간은 120시간, 닷새입니다. 일주일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48시간이었고, 대상도 다른 공장이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7시부터 120시간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참여 사업장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과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입니다. 부분파업은 사업장 전체가 아니라 특정 공장·공정 인력만 선별해 참여하는 쟁의 방식입니다. 다만 가열로 운전과 정비를 맡은 인력은 이번 파업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설비를 세우지 않고도 압박 수위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1차 부분파업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48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대상은 포항제철소 2전기강판공장 3ZRM과 광양제철소 산세공장이었습니다. 창사 58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라인이 멈춘 파업이었습니다. 이번 2차 파업은 시간을 2.5배로 늘렸고, 대상도 주요 열연공장으로 옮겼습니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쟁의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파업의 강도가 아니라 방향이 정해졌다는 뜻입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지급, 우리사주 50주, 명절 상여금 200%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내놓은 안은 기본급 2% 인상, 목표 달성 격려금 350만 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 원, 근속 기념 축하금 인상 범위 확대입니다. 기본급 인상률만 봐도 세 배 이상 벌어져 있고, 격려금은 정률과 정액으로 계산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항목마다 기준선이 달라 단순 절충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사측은 노조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드는 비용을 약 1조 4,000억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요구 수준의 두 배라는 것이 사측 설명입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8,000억 원이었습니다. 사측 추산대로면 요구안 규모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80%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습니다. 벌이가 줄어드는 국면에서 이 요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측 입장입니다.
파업이 시작됐지만 당장 조업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이 사측 설명입니다. 사측 관계자는 "가용인력을 활용해 해당 개소를 정상 가동하고 조업 및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국내 수요 산업에 영향이 없도록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국내 수요 산업 소재와 긴급재를 최우선 생산·출하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생산 중단이 아니라 생산 순위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입니다.
노사는 파업 하루 전인 15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포항 본사에서 추가 교섭을 벌였습니다. 이희근 포스코 대표가 직접 참석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튿날 아침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나온 자리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점은 남은 협상 여력이 크지 않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번 파업에서 볼 지점은 파업 시간보다 대상 공장입니다. 1차는 전기강판·산세공장이었고, 2차는 열연공장입니다. 사측이 "국내 수요 산업 소재와 긴급재를 최우선 생산·출하"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어떤 제품의 출하 일정이 밀리는지가 실제 영향을 가늠할 단서가 됩니다. 닷새 뒤 라인은 다시 돌아갑니다. 그때까지 교섭이 재개되는지, 쟁의 수위가 또 올라가는지가 다음 관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