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25만 3000원입니다. 8월과 9월에 걸쳐 20만 원 중후반대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175만 5000원으로 마감했지만, 최근 흐름은 100만 원 중후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두 종목이 두 달 가까이 일정한 가격 범위 안에서만 오르내리는 상태, 이른바 박스권에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기업이 자기 주식을 사들이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어 주가를 받치는 효과가 있습니다. 두 회사는 그 규모를 크게 늘렸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총 5328만 5968주를 약 15조 원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약 40조 원을 투입해 2407만 주를 사들인 뒤 전량 소각할 계획입니다. 소각은 사들인 주식을 아예 없애는 것으로, 남은 주식 하나당 가치를 높이는 조치입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주주환원에 쓸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은 90조~110조 원 규모로 거론됩니다. 이 가운데 현재 구체화된 것은 3분기 현금 배당 약 30조 원입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각각 얼마로 할지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도 40조 원가량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3분기 중 특별 배당 등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밝힐 예정입니다. 남은 배분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 자체가 지금의 관망을 설명하는 한 축입니다.
증권가가 반등 시점으로 지목하는 것은 다음 달 본격화하는 3분기 실적 시즌입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점차 펀더멘털을 반영하며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10월 빅테크 실적에서 AI 투자가 이어지는 것이 확인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두 회사의 실적보다, 메모리를 사가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말하는지가 먼저라는 뜻입니다. 두 종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실적 부진이 아니라 AI 투자 지속성과 경기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라는 진단입니다.
호실적이 나와도 그것만으로 상승 추세에 올라서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두 회사는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로 매출을 올립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같은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꿀 때 금액이 줄어듭니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안도 여전한 변수입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주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하려면 AI 투자와 반도체 경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며 "금리가 낮아지고 공격적인 AI 투자가 지속된다는 신호가 나오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수급 쪽 전망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AI의 '지속 학습'으로 HBM과 서버용 DDR5, 기업용 저장장치 eSSD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1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씨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구조적 메모리 수요 증가의 주요 수혜 기업으로 꼽았습니다. 한국투자증권과 노무라 등은 두 종목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각 기관의 전망이며, 확정된 결과가 아닙니다.
다음 달 확인할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먼저 10월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AI 설비투자 기조가 유지되는지, 다음으로 3분기 실적에서 범용 메모리 가격과 HBM4 같은 고부가 제품의 성장세가 드러나는지입니다. 삼성전자의 배당·자사주 배분 비중은 내년 1월 이사회, SK하이닉스의 특별 배당 여부는 3분기 중에 공개됩니다. 두 달 동안 같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던 이유가 실적이 아니라 신뢰였다면, 확인해야 할 것도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그 신뢰가 회복되는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