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인수금융 금리를 감내할 투자자는 드물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기업을 사들일 때 빌린 돈의 만기가 지금 줄줄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갈아탈 때의 금리가 처음 빌릴 때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두 건의 사정이 아닙니다.
16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이 인수금융 차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수금융은 기업을 사들일 때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돈입니다. 차환은 만기가 온 대출을 새 대출로 갈아타거나 만기를 늘리는 것을 말합니다. DL케미칼은 2022년 미국 화학기업 크레이튼을 약 16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8억 5,000만 달러를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했습니다. 지금 차환 대상은 그중 6억 달러입니다. 만기는 2027년 3월까지이고, 현재 적용받는 금리는 3% 후반대입니다. 국내외 금융사들이 대주단, 즉 여러 곳이 함께 돈을 빌려주는 모임을 꾸려 대출 실행을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만기가 몰린 이유는 인수 시점이 몰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021년 한샘을 인수했습니다. 총 인수 규모는 1조 4,500억 원, 이 중 인수금융이 8,000억 원입니다. 인수 대금의 절반 이상을 빌린 돈으로 채운 구조입니다. 이 대출의 만기가 올해 연말입니다.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는 그 이듬해인 2022년이었습니다. 2021~2022년에 실행된 대출들이 지금 동시에 만기를 맞고 있습니다.
차환의 조건은 처음 빌릴 때가 아니라 갈아탈 때의 시장 상황이 결정합니다. 2026년 9월 16일 현재 시장의 인수금융 금리는 7%대까지 올라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상승한 영향입니다. DL케미칼이 지금 적용받는 금리는 3% 후반대입니다. 차환이 이뤄지면 부담할 이자율은 현 수준보다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빌린 돈의 규모가 6억 달러이므로, 금리 차이는 그대로 비용 차이가 됩니다.
금리만 문제가 아닙니다. 아예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도 나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 3,100억 원의 차환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연말 만기를 앞두고 주요 금융사들과 두루 접촉했지만, 상당수 금융사가 고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초 계획했던 상장이 순조롭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한샘도 사정이 편하지 않습니다. 최근 주가가 인수 단가인 22만 1,000원을 크게 밑돌면서 투자금 회수 시점이 불투명해졌습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대주단은 만기를 1년 6개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후속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차주의 이자 부담만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을 조달하는 비용이 오르면, 그만큼 더 높은 수익을 내야 합니다. 그 부담이 인수합병 자체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투자를 뒷받침하는 인수금융 업황 역시 고금리 여파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인용한 IB 업계 관계자는 "현 고금리 환경이 이어진다면 내년 M&A 시장은 상당부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A 소식은 인수 금액으로 기억되지만, 그 돈의 상당 부분은 빌린 돈입니다. 한샘은 1조 4,500억 원 중 8,000억 원, DL케미칼은 16억 달러 중 8억 5,000만 달러가 대출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수 이후에도 만기와 금리가 계속 따라붙습니다. 기업 인수 뉴스를 볼 때 인수 금액과 함께 확인할 것은 그중 얼마가 빌린 돈이고 만기가 언제인지입니다. 3% 후반에 빌린 6억 달러가 7%대 시장으로 나오는 지금이 그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