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끝난 뒤에도 거래되는데, ETF는 빠졌다 "두 명의 고객에게만 서비스 개시 사실을 알렸는데, 바로 그다음 날부터 수천 명이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의 데이비드 프리들랜드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2026년 5월 한국 주식 거래 서비스를 열었을 때를 떠올린 말입니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수요는 그의 예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9월 14일부터, 한국 증시에서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한국거래소는 2026년 9월 14일부터 애프터마켓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정규 거래시간이 끝난 뒤에도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간대를 새로 만든 것입니다. 프리들랜드 총괄은 9월 1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를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변화로 평가했습니다. "장외 시간대에도 거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유동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거래시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BKR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온라인 증권사입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헤지펀드와 금융자문사 같은 기관 고객에도 중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 진입은 단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2026년 5월 삼성증권과 손잡고 외국인 통합 계좌를 활용한 한국 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올투자증권과도 협력을 확대했습니다. 그 사이 제도도 바뀌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고, 여러 외국인의 주문을 하나의 계좌에 모아 처리하는 옴니버스 계좌가 도입됐습니다. 거래 체결 뒤 1영업일 안에 결제를 마치는 T+1 방식도 추진 중입니다. 프리들랜드 총괄은 이를 한국 시장이 글로벌 표준에 가까워지는 변화라고 봤습니다.
거래시간 연장이 외국인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증시가 문을 닫은 시간에 해외에서 주요 이벤트가 터지면,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다음 정규 개장까지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애프터마켓이 생기면 그 시차가 줄어듭니다. 프리들랜드 총괄이 해외 이벤트 발생 시 한국 주식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은 배경입니다. 거래가 가능한 시간이 길어지면 매수·매도 주문이 맞붙는 기회도 늘어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번 거래시간 연장 대상에서 상장지수펀드(ETF)는 제외됐습니다. ETF는 여러 종목이나 지수를 묶어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품입니다. 프리들랜드 총괄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일반적인 ETF도 포함돼야 투자자들이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IBKR 고객의 국내 주식 거래 상위 종목에는 대형주와 함께 레버리지 ETF,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추종 ETF가 들어 있습니다. 수요가 큰 쪽이 빠지면서 거래시간 확대를 기대했던 투자자의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것입니다. 옴니버스 계좌에서 공매도가 원활하지 않은 점, 여러 투자자의 주문이 한 계좌에 모여 이상거래 경고가 발생하는 문제도 추가 개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프리들랜드 총괄은 다른 지점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왜 하는지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다", "약간 '쇼'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업이 자기 주식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로는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에는 "레버리지 ETF의 탓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특정 인기 상품에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과 포모(FOMO), 즉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상품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레버리지와 기업 펀더멘털, 투자 위험을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최근 코스피 조정에 대해서도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대형주 외에 K컬처와 K뷰티 기업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거래시간이 늘었다고 모든 상품이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9월 14일부터 시작된 애프터마켓에서 ETF는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평소 ETF로 거래해온 투자자라면, 장 마감 뒤 주문을 넣기 전에 해당 종목이 연장 거래 대상인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상 종목과 시간대는 한국 거래소와 거래 증권사 공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명에게만 알렸는데 다음 날 수천 명이 몰렸던 5월의 그 수요는, 이번에는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