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바뀔 골든타임이 왔고 향후 5년 사이 국가 경쟁력도 결정될 것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내놓은 말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지금 실기하면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도체 투자가 이미 발표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지금 논의되는 건 반도체 다음입니다.
16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국이 현재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꼽히지만, 지금 시기를 놓치면 중국에 주도권을 넘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제안한 건 대구 등에 로보틱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입니다. 이미 발표된 반도체 투자를 넘어, 피지컬 AI를 향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결합해 물류·돌봄·농업·국방·안전처럼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기술을 뜻합니다.
투자은행 업계와 글로벌 주요 컨설팅사 자료를 종합한 추정치를 보면, 전 세계 피지컬 AI 시장 규모는 2025년 800억 달러에서 2033년 9,6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평균 33% 성장에 해당하는 속도입니다. 같은 기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53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발점은 피지컬 AI가 더 크고, 8년 뒤 격차는 3배 이상으로 벌어지는 셈입니다. 다만 두 숫자 모두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업계 추정에 기반한 전망치입니다.
한국은 촘촘한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활용도를 갖췄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핵심 부품과 로봇 제조 생태계는 외산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이 흔들리면 그대로 영향을 받는 구조입니다. 로봇을 현장에 많이 투입하는 '활용국'이지만, 로봇 자체를 만들어 내는 '생산국'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이 독자적 로봇 생산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로봇 클러스터 논의가 처음은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전북 새만금에 로봇과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 이미 제시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투자 결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규모 자금과 연구개발 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변 산업단지와의 연계성이 좋고 토지·인재 유치가 수월한 지역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대구·경북에 차세대 로보틱스 클러스터를 더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 이유입니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로봇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물류·돌봄·농업·국방·안전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피지컬 AI가 여러 산업을 연결하는 성장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피지컬 AI는 일반적으로 고용을 줄인다고 인식되지만,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고용을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조업의 무게중심이 인건비·원가 절감에서 AI 기반 다품종·자율 생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지도'입니다. 투자가 용인과 호남의 반도체 팹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 로보틱스 거점을 새만금에서 대구·경북까지, 바이오 클러스터를 충청권까지 넓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도체·휴머노이드·바이오 3대 클러스터가 전국에 조성되면 후방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나옵니다. 앞으로 어느 지역에 어떤 클러스터가 지정되는지를 따라가 보면, 이 논의가 말에 그치는지 실행으로 옮겨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 회장이 말한 5년은 그 판단의 시간표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