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사업장이 제출한 3.3㎡당 예정 분양가는 1억 100만 원이었습니다. 34평 기준으로 34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2026년에도 서초구에서 9,500만 원, 동작구에서 7,700만 원을 제시한 사업장이 확인됐습니다. 예외적인 몇 곳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정비사업장 전체의 평균 분양가가 5년 사이 1.7배로 올랐습니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른 수치입니다.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조합 사업비 대출보증을 받은 서울 정비사업장 62곳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3.3㎡당 평균 예정 분양가는 2021년 3,130만 원에서 2026년 5,290만 원으로 1.7배 올랐습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제외해도 마찬가지입니다. 2,550만 원에서 4,250만 원으로 1.8배 상승했습니다. 강남을 빼면 상승 폭이 오히려 더 큽니다.
같은 기간 일반분양 비중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1년에는 전체 8,129가구 중 2,401가구가 일반분양이었습니다. 29.5%입니다. 2026년에는 전체 1만 9,962가구 중 4,361가구, 21.8%로 낮아졌습니다. 하락은 한 해만의 일이 아닙니다. 2023년 37.8%, 2024년 31.9%, 2025년 24%, 2026년 21.8%로 4년 연속 내려갔습니다.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청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해마다 좁아진 셈입니다.
분양가를 밀어올리는 첫 번째 요인은 공사비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에서 고급화 설계 수요가 꾸준해 공사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하는 분담금도 늘어납니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 탓에 늘어난 분담금을 줄이려는 조합원들로 인해 신축 아파트 시세도 인상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분담금을 낮추려면 분양 수익을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분양가가 높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숫자를 다시 보면 이상한 지점이 있습니다. 정비사업 전체 공급 물량은 2021년 8,129가구에서 2026년 1만 9,962가구로 2.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공급이 줄어서 일반분양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늘어난 물량 대부분이 조합원 몫으로 배정됐습니다. 일반분양이 한 가구도 없는 사업장도 4곳 확인됐습니다. 강동구의 한 사업장은 조합원분 1,164가구에 일반분양 60가구, 서초구의 한 사업장은 조합원분 386가구에 일반분양 10가구였습니다.
조합원들도 일반분양을 늘려 사업성을 높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용적률 규제와 임대주택 공급 의무 등의 제약을 받습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로, 이 한도가 올라가면 같은 땅에 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용적률 규제 등으로 일반분양이 감소하고 있다"며 "일반분양을 늘리려면 용적률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종태 의원은 다른 지점을 짚었습니다.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실제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에 나온 분양가는 확정된 금액이 아닙니다. HUG 보증 심사 당시 조합이 제출한 예정 분양가로, 이후 공사비와 금융비가 반영되면 실제 분양가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1억 100만 원이라는 숫자도 상한이 아니라 출발선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비사업 공급 발표를 볼 때는 총 몇 가구인지가 아니라, 그중 일반분양이 몇 가구인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제 청약 기회에 가깝습니다. 장 의원도 "총 공급량뿐 아니라 일반분양 물량과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 수준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