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16일 '외국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에 관한 지침'과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을 개정 고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 줄여서 RFI-K라는 새로운 등록 제도입니다. 정부에 등록한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외국환은행에 통합계좌를 열고,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원화국제결제망을 통해 비거주자 고객의 원화 송금·투자·대차 거래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대차 거래는 원화를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를 말합니다.
출발점은 지난 7월입니다. 재정경제부는 그때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고시는 그 로드맵의 후속조치입니다. 로드맵이 방향을 정하는 문서였다면, 이번 개정안은 외국 금융기관이 어느 은행에 어떤 계좌를 열고 어떤 결제망을 쓰는지까지 규정에 적어 넣었습니다. 계획 발표 단계에서 제도 시행 단계로 넘어온 셈입니다.
이번 개정의 무게는 '면제'에 있습니다. 비거주자끼리 주고받는 원화 표시 자본거래는 신고 의무가 면제됩니다. 자본거래는 송금·결제를 넘어 투자나 대출처럼 자금이 오가는 거래를 뜻합니다. 결제 과정에서 원화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경우, RFI-K는 국내 은행에서 결제용 원화를 한도 제한 없이 빌릴 수 있습니다. 일반 원화 차입의 신고 면제 기준도 종전 3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종전보다 세 배가 넘는 금액까지 신고 없이 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면제가 전면적인 것은 아닙니다. 신고 의무가 면제되는 비거주자 간 원화 표시 자본거래에서 국내 부동산 거래는 제외됩니다. 원화 결제 경로는 넓히면서, 국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기존 절차 안에 남겨둔 구조입니다. 차입의 한도를 없앤 것도 '결제용 원화'에 한정된 조치입니다.
RFI-K에는 두 가지 의무가 함께 붙었습니다. 첫째, 고객이 실제로 비거주자인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비거주자는 국내에 생활 근거를 두지 않은 개인이나 법인을 말합니다. 둘째, 주요 거래 내역을 매월 한 번 한국은행에 보고해야 합니다. 신고 의무를 덜어주는 대신, 거래를 사후에 들여다볼 통로를 남긴 설계입니다. 개방과 관리 장치가 같은 고시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번 제도의 직접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에 등록한 외국 금융기관입니다. 다만 기준선 두 개는 기억해둘 만합니다. 일반 원화 차입 신고 면제 기준은 1,000억 원이고, 국내 부동산 거래는 신고 면제 대상이 아닙니다. 세부 요건은 재정경제부가 이번에 개정 고시한 '외국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에 관한 지침'과 '외국환거래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은행 창구에서 원화가 오가는 일은, 이 두 문서의 조문 위에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