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38%에서 현재 95%까지 급증했습니다." 임채욱 산업통상부 자동차과장이 2026년 9월 16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그가 태양광 수치를 꺼낸 이유는 뒤에 붙은 문장에 있었습니다. "전기차도 태양광과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전기차를 세금 감면 대상에 넣을지였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새로 만들어집니다. 국내에서 특정 품목을 생산하면 그 물량에 비례해 소득세나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모델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국판 IRA'로 불립니다. 대상은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부품 등 6개 전략산업 품목입니다. 전기차는 여기서 빠졌습니다. 정부가 밝힌 제외 사유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의 중복 지원입니다. 이미 지원을 받는 품목에 세액공제를 더 얹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전기차를 대상에 넣자는 움직임은 여야 양쪽에서 나왔습니다. 윤한홍 의원은 2026년 8월 27일 전기차와 소형모듈원자로를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가 작은 모듈형 원자로입니다. 이언주 의원은 9월 4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국내에 팔거나 수출한 물량에 따라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1대당 최대 400만 원입니다. 정부 쪽 신호도 나왔습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9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전기차 포함 방안에 대해 "현장과 업계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현행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차를 어디서 만들었는지 구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사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반면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지원의 기준점이 '구매'인지 '생산'인지에서 갈립니다. 산업계는 생산지를 따지지 않는 보조금이 오히려 국내 생산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와 비야디 전기차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국내 판매를 늘리는 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은 위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의 판단 자체를 지적했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많이 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해외 생산이 늘면 국내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소재·부품 수요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국내에서 만들 이유를 만들어주는 인센티브가 따로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전기차 산업이 흔들리면 철강과 배터리, 부품 산업은 물론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제조업 생태계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로봇이나 기계처럼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도 "자동차 생산 기반 약화는 수출·제조업·고용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며 국내 생산을 촉진하는 세제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세제개편안에는 전기차가 들어 있지 않고, 1대당 최대 400만 원은 국회에 제출된 발의안에 담긴 금액입니다. 앞으로 국회의 세제개편안 심사 과정에서 포함 여부가 논의됩니다.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이 제도가 소비자에게 직접 주는 보조금이 아니라 생산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라는 점을 구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태양광에서 중국산 비중이 38%에서 95%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정부와 국회는 전기차에 대입해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