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대기자금 1조 3천억이 쌓였습니다 지난 일주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상품은 미국 S&P500도, 나스닥100도 아니었습니다. 만기가 몇 달 남지 않은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파킹형' ETF였습니다. 9월 9일부터 16일까지 이런 현금성·단기금리 ETF 4종에 1조 3,506억 원이 순유입됐습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미국 대표지수 ETF였습니다.
16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9월 9~16일) 자금 순유입 상위 7개 종목 가운데 6개가 현금성·단기금리 상품이거나 인버스 ETF였습니다.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나머지 한 종목도 주식형이 아닌 우량채권형 ETF였습니다. 1위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로 일주일간 6,918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기간을 한 달로 넓히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8월 14일부터 9월 16일까지 순유입 1위는 TIGER 미국S&P500(7,590억 원)이었고, TIGER 미국나스닥100(5,187억 원)과 KODEX 미국S&P500(4,795억 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 세 종목에만 1조 7,572억 원이 몰렸습니다. 같은 기간 세 ETF는 각각 6.51%, 7.24%, 6.48% 떨어졌는데도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본 수요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 순유입 상위권에서는 이 종목들이 사라졌습니다.
머니마켓 ETF는 초단기채와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처럼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입니다. CD금리 ETF는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의 금리를 따라가며 대기 자금을 짧게 굴리는 데 쓰입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 2,999억 원, RISE 머니마켓액티브에 1,952억 원,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에 1,637억 원이 순유입됐습니다. 증시에 바로 들어가기보다 이자를 받으며 시점을 기다리는 자금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속도를 보여주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의 최근 한 달 순유입액은 5,725억 원인데, 최근 일주일 순유입액은 6,918억 원이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들어온 돈이 한 달 집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자금 이동이 최근 며칠 사이에 집중됐다는 뜻입니다.
방향을 바꾼 것은 유가와 금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횡단 송유관 공격과 홍해 얀부항 원유 선적 중단으로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모두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우려가 커지고, 물가 우려는 시장금리를 밀어 올립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4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추가 하락에 대비하는 자금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최근 일주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2,249억 원, KODEX 인버스에 1,843억 원이 순유입됐습니다. 현금으로 대기하는 자금과 하락을 방어하는 자금이 동시에 늘어난 것입니다.
이채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장 큰 불확실성은 경기침체보다 전쟁과 유가로, 지정학적 갈등이 완화되면 유가와 시장금리도 함께 안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자금 이동의 출발점이 경기 지표가 아니라 지정학적 변수라는 진단입니다.
같은 ETF 시장 안에서도 자금은 한 달 단위와 일주일 단위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한 달 집계로는 미국 대표지수 저가매수가 1위였지만, 일주일로 좁히면 파킹형 상품이 1위였습니다. 종목별 순유입 추이는 코스콤 ETF CHECK에서 기간을 바꿔가며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곳이 어디였는지는,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