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3일. 일부 대기업 그룹이 협력사에 줄 납품대금을 당초 예정일보다 앞당기는 기간입니다. 명절 앞두고 임금 날짜와 원자재 대금 날짜가 겹치는 협력사에는 이 23일이 자금 사정을 좌우합니다. 올해 추석에는 이런 조기 지급 금액이 9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한두 곳의 결정이 아니라 20개 그룹이 함께 내놓은 숫자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는 16일 '2026년 추석 전 하도급 및 납품대금 조기 지급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응답한 20개 그룹의 조기 지급 규모가 총 9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롯데, 포스코, HD현대, GS, 신세계, 한진, KT, LS, CJ, 카카오, 두산, 네이버, 현대백화점, 효성, 하림이 참여했습니다. 제조업 중심 그룹부터 유통, 통신, 플랫폼 기업까지 업종이 고르게 들어가 있습니다.
지원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추광호 한경협중기센터 센터장은 "올해는 지원 방식이 단순 물품 지급에서 저금리 금융지원과 복지혜택, 판로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SK, LG, 롯데, 포스코, HD현대, GS, KT, 두산, 현대백화점은 대금을 앞당겨 주는 것과 별도로 상생결제시스템, 동반성장펀드, 상생협력자금을 활용해 협력사의 금융비용을 낮추고 있습니다. 명절 선물세트를 돌리는 방식과는 성격이 다른 지원입니다.
협력사 입장에서 명절은 지출이 몰리는 시기입니다. 임직원 임금과 상여, 원자재 대금 결제가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반면 납품대금은 정해진 결제일에야 들어옵니다. 이 시차가 단기 유동성 부담으로 나타납니다. 상생결제시스템은 이 시차를 줄이는 장치입니다. 1차 협력사가 대기업에서 받을 대금 채권을 활용해, 2·3차 협력사도 낮은 금리로 대금을 미리 받을 수 있게 하는 구조입니다. 대기업의 신용을 빌려 아래 단계 협력사의 조달 금리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조기 지급은 받을 돈의 액수를 늘리는 조치가 아니라, 이미 예정돼 있던 대금의 지급 시점을 앞당기는 조치입니다. 최대 23일을 앞당기는 것도 20개 그룹 전체가 아니라 '일부 그룹'입니다. 9조 6,000억 원이라는 숫자 역시 조사에 응답한 20개 그룹의 합계이므로, 국내 대기업 전체의 규모와는 다릅니다. 2·3차 협력사까지 효과가 내려가는 부분도 현재로서는 확정된 결과가 아닙니다. SK가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2·3차 협력사 납품대금의 조기 지급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단계입니다.
한경협은 납품대금 조기 지급이 협력사의 임직원 임금과 원자재 대금 지급 등 단기 자금 수요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차 협력사의 자금 여력이 개선되면 2·3차 협력사로도 조기 지급이 확산돼 공급망 전반의 자금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한경협의 기대입니다. 추광호 센터장은 "다각적인 지원 노력이 2·3차 협력사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위축된 민생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금 말고도 챙겨볼 항목이 있습니다. 삼성은 지역 농가와 중소기업 제품을 파는 명절 온라인 장터를 운영합니다. 판로가 좁은 중소기업이라면 확인해볼 수 있는 창구입니다. SK는 협력사 임직원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지원합니다. 현대차는 전국 사업장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에 생필품과 식사를 지원하고, 전통시장·지역 농가 지원 활동을 함께 추진합니다. LG도 지역 취약계층에 명절 물품과 식품을 지원합니다. 2·3차 협력사라면, 거래하는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시스템 적용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앞서 말한 23일을 실제로 당겨쓰는 방법입니다.
조기 지급 조사'(2026년 9월 16일 발표)



